이진숙 "방금 사과드렸다" 세월호 유족 "그런 사과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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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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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 후보 청문회] 이해민 의원이 띄운 PPT 사과문 낭독 거부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제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표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진심 어린 사과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 못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내 자식이 물속에 있는데 아직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간에 보험금 보도를 해서 10년 넘게 제일 많이 듣던 얘기가 '시체팔이' '아이들 죽음을 이용해서 로또 맞았다' '놀러 가다 죽은 아이들 얼마나 더 보상해줘야 되냐' 이 얘기였습니다. 지금 사과라고 하신 부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씨는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울분을 터트렸다. 이진숙 후보자가 MBC 보도본부장 시절, MBC는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냈고, 참사 당일 '세월호 유가족 보험금' 보도를 해 유가족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MBC의 전원구조 오보와 참사 당일 저녁 보험금 계산 보도에 대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 이진숙 "방금 사과드렸다" 세월호 유족 "그런 사과 못 받는다" ⓒ 유성호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먼저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유가족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유가족께 말씀드린다, 최선을 다했지만(마이크와 멀어져 안 들림)"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후 이어진 대화를 종합해 보면 마이크가 떨어진 상태에서 이 후보자가 사과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재차 "사과할 의향이 있냐"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제가 방금 사과드렸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그 정도로는 되지 않는다"라면서 PPT 자료를 띄웠다. PPT에는 "나 이진숙은 MBC 보도본부장 당시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전원구조라는 세월호 참사 당시 오보와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그릇된 판단으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큰 상처를 입힌 점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의원이 "이걸 읽을 수 있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다소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에게 "이진숙 후보자의 말과 행동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했다는 저 사과에 대해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 표명을 해주실 수 있나"라고 했다. 장 소장은 "제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면서 "진심 어린 사과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 이진숙은 MBC 보도본부장 당시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전원구조라는 세월호 참사 당시 오보와 2차가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그릇된 판단으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큰 상처를 입힌 점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모니터에 띄워 이 후보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질의했다.
ⓒ 유성호

 이 의원은 재차 PPT 사과문을 읽을 의향을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거부했다. 이 의원은 "저 사과문은 뭔가 특별한 게 아니다, 아주 상식적인 수준의 사과문"이라며 "심지어 인간이 작성한 것도 아니다, 챗지피티가 작성했다. 기계도 작성할 수 있는 사과문 못 읽겠습니까"라고 몰아붙였다. 거듭된 요청에도 이 후보자는 끝까지 사과문 낭독을 거부했다. 

장훈 소장은 "도대체 왜 그런 보도를 했으며 그 보도가 얼마나 많은 유가족들의 가슴을 찢어발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장 소장은 이어 "유족들은 전원구조 오보부터 시작해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들어서 지옥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다, 그 여파가 얼마나 크냐면 구조하러 가던 해경들조차도 전원구조 오보를 듣고 속력을 늦췄다, 차를 돌렸다는 민간 잠수사들도 많다"라면서 "대참사를 발생하게 해놓고 방금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지금 사과라고 하신 부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사과는 다른 분들한테 하시라"고 일갈했다.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제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표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진심 어린 사과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 못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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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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