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람이 이름 실컷 부를게" 3년 만의 장례, 엄마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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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전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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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 이예람 공군 중사 빈소 첫날, '추모의 밤' 진행... 공감, 고마움, 미안함 전한 조문객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씨가 딸을 추모하며 기도하고 있다.
ⓒ 소중한

 
"그동안 예람이 이름을 금기어처럼 잘 꺼내지 않았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만큼은 우리 예람이 이름을 실컷 불러보려고 해요." - 고 이예람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

"(군에서 사망한) 젊은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사망, 의문사, 비순직이 되는 억울한 일들 더는 반복되면 안 됩니다." - 아버지 이주완씨


손을 꼭 잡은 부부가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고 힘주어 말했다. 부부는 이 중사를 보낸 지 3년 2개월 만에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이 중사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러 온 조문객들은 빈소가 차려진 첫날 밤 열린 추모제 내내 공감하고, 고마워하고, 또 때로는 미안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3년 2개월' 만의 장례, 추모객 발길 이어져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부모 이주완·박순정씨가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고 이예람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그의 가족은 분주히 조문객을 맞았다. 친지부터 군 관계자, 또 다른 군 사망사고 유족, 군 피해자 가족, 정치인 등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중사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긴 근조화환과 근조기는 빈소를 가득 메웠고, 장례식장 복도에도 늘어섰다. 조문객들은 유족에게 "그 동안 고생 많았다"며 악수를 하기도, 말없이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는 군인권센터와 유가족이 함께 '고 이예람 중사 추모의 밤'을 열었다. 이날 이 중사 부모님은 60여 명의 조문객 앞에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가 키우던 강아지 '예봉이'를 닮은 인형이 탁자에 놓여 있다.
ⓒ 소중한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고 황인하 하사 아버지 황오익씨,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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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당초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자들의 처벌이 있기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으려 했다. 이 중사의 시신은 그 동안 국군수도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었고, 아버지 이주완씨는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딸 곁을 지켜왔다.

이날 행사에서 아버지는 "지난 3년 2개월 동안 아내와 함께 예람이의 명예와 진실 규명, 그리고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면서 뛰어다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아내도 저도 건강이 악화했다"며 "○○이(이 중사의 친오빠) 애비로서도 죄책감이 들고, 계속 이렇게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가정이 풍비박산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날짜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순정씨는 "얼마 전 유품을 정리하다가 예람이가 쓰던 노트 두 권을 발견했다"며 "그중 한 권에 평소 예람이가 그리지 않았을 굉장히 충격적인 그림(어머니 말에 따르면 '무서운 그림')이 그려져 있어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지 고민하다가 예람이를 생각하며 노트 한 권에 캘리그라피(손 글씨)를 담았다"며 "비어있는 노트 뒷부분은 예람이가 하늘나라에서 무서운 그림이 아닌 예쁜 그림으로 채워주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씨가 딸을 생각하며 쓴 글씨를 내보이고 있다.
ⓒ 소중한

 
어머니가 펼쳐 든 노트에는 붓펜으로 꾹꾹 눌러쓴 문장들이 가득했다. "너는 봄처럼 따스해",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좋은 날 함께라서 좋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읽는 어머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참석자들은 휴지로 눈물을 훔쳤고, 이곳저곳에서 울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이 중사 떠났지만, 우리에겐 의무가 남았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그동안 이 중사 가족에게 힘을 보탰던 이들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유족분들에게 '사건이 잘 해결되면 잘 살아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곤 하지만 사실 그게 (맘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더라"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자식을 잃는 고통은 겪지 않으면 모른다. 저도 마찬가지"라며 "예람씨 장례식이 끝나더라도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을) 계속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군 사망사고 유족인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예람씨 사건으로 인해서 군사법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시행될 수 있었다"라며 "또 특검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많은 유족들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군 사망사고 유족)는 비록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잘 살고 힘내서 싸워야 한다"며 "앞으로 또 다른 군 사망사고 유족이 생길 경우 홀로 내버려두지 말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주자"고 전했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서지현 전 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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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관련자를 제대로 처벌해서 다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고 여전히 (비슷한 일들이) 진행 중이라는 것에 저부터 반성하겠다"고 했다. 이어 "예람이가 하늘에서 '어머니, 아버지 덕분에 나도 너무 행복해'라고 하며 웃을 수 있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검법 통과를 이끌었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저 역시 한때 군인을 꿈꿨기에 이예람 중사를 보면 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아마 지금 하늘에 있는 이예람 중사의 바람은 부모님의 평안과 건강일 것이다. 이예람 중사의 자리를 결코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서지현 전 검사 또한 눈물을 삼키며 "두려움 없이 용감했던, 자긍심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던 한 군인이 죽었다"면서 "그는 떠났지만 이곳에 남겨진 우리들에겐 더 이상 이런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남겨졌다"라고 말했다.

또 "이곳에 우리가 모인 것은 그의 이름이 비극이 아닌, 희망의 이름이 되도록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의 약속이 이곳에서 1000일을 넘게 견뎌내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견뎌내야 할 유족분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아들의 시신을 안치하고 있는 고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가 생각에 잠겨 있다.
ⓒ 소중한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해민·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과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부터)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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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예람씨의 친오빠가 직접 작곡한 추모곡 <기억할게>가 흘러나왔고, 추모객들은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행사 이후에도 유족은 조문객들과 한참 동안 안부를 묻고 위로를 주고받았다.

'힘들었지 혼자 남겨져 / 외로웠지 어두운 날에 /장롱 안 추억이 담긴 그 이불에 / 따뜻하게 감싸 줄게 (중략) 기억할게 오늘도 내일도 / 잊지 않을게 언제나 있었듯이 / 멀어졌지만 너는 왜 가깝게 느껴질까 / 네가 남긴 추억을 간직할게' - 고 이예람 중사 추모곡 <기억할게> 중

이 중사는 공군 내 성추행과 2차 가해로 2021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이 중사가 마지막으로 복무했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작전지원전대 전대대장으로 진행되며 발인은 오는 20일 엄수된다. 같은 날 이 중사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씨가 딸이 키우던 강아지 '예봉이'를 닮은 인형을 안고 있다.
ⓒ 소중한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부모인 이주완·박순정씨가 손을 맞잡고 있다.
ⓒ 소중한

 
 3년 2개월 만에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18일 오후 7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부모 이주완·박순정씨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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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 고 이예람 중사의 빈소가 사망 후 3년 2개월 만인 1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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