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커튼’에 덮인 한반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더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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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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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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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장마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25일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이중으로 덮고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탓인데,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렸지만 양이 많지 않다 보니 ‘습식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체감기온이 오르며 온열질환자도 속출했다. 정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더위가 우려된다”며 집중 대응 방침을 밝혔다.

● 한반도 뒤덮은 ‘이중 열 커튼’

기상청은 25일 오전 서울을 포함해 전국 106곳에 폭염경보를 내리고 70곳에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발효되고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를 합쳐 폭염특보가 내려진 곳은 전국 183개 구역 중 96%에 해당하는 176곳이었다.

장마철 극한호우 직후 극한폭염이 찾아온 것은 거대한 뜨거운 공기덩어리 두 개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남쪽에서 올라온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고원 쪽에서 발생해 북쪽에서 내려온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은 한반도 상공 5km 이하, 티베트고기압은 12km 부근 상공에 머물고 있다. 두 거대 고기압이 몰고온 뜨거운 공기 커튼이 이중으로 쳐진 탓에 달궈진 지표면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전국 곳곳에 부분적으로 소나기가 내렸지만 양이 많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보다 습도를 높여 마치 ‘습식 사우나’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시민도 많았다. 뜨거운 한증막 안에 물을 뿌리면 습도가 올라가며 숨이 막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었는데 ‘습식 사우나’ 효과까지 더해지며 체감온도는 경기 안성시와 의왕시가 각각 38도와 37.9도를 기록했다. 서울은 36.2도, 강원 삼척시는 36.8도였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며 온열질환자도 속출했다. 5월 2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759명으로 이중 사망자는 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온열질환자 수는 15명, 사망자는 1명 더 많다.

● “올해 폭염 역사 새로 쓸 가능성”

이번 더위는 장마가 끝나는 것과 맞물리면서 8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6일 수도권 강원 충청권 등에 최대 80mm의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7일에도 전국적으로 5~60mm의 소나기가 예상되는데 이 역시 습도를 최대 100%로 올리면서 체감온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을 제외하곤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비 예보가 없다. 이에 따라 태풍 ‘개미’가 중국에 상륙해 이르면 28일소멸하고 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완전히 한반도 상공을 점령하며 불볕더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모두 올여름 더위가 ‘역대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전날(24일) 대책회의에서 “올여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더위가 우려된다”며 가능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도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올해 국내 폭염 역사를 새로 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국내외에서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6월 전국에 발생한 폭염일수는 평균 2.8일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최고였다. 또 유럽연합 기후변화서비스는 이달 22일 세계 지표면 평균 기온이 17.15도를 기록해 관측을 시작한 1940년 이후 지구가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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