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글로벌 리더로 세우라’는 美 보고서[윤홍우의 워싱턴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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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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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티지-나이’ 보고서···美 동아시아 전략 로드맵
기시다 총리 방미 앞두고 나와 美日정가 비상한 관심
"일본은 포퓰리즘과 고립주의 피해 국제 리더에 적합"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관계 근간 바꿀 안보협력 발표
한반도 정세에도 막대한 영향···美日구상에 촉각세울 때
[서울경제]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이기든 미국의 고립주의와 신뢰성에 대한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및 지역 내 리더십의 부담은 점점 더 도쿄가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미티지·나이’ 여섯 번째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일본의 안보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로드맵’으로 20년 넘도록 국제 정세에 막강한 영향을 끼쳐왔다.

공화·민주 양당의 안보 전략통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미국 내 지일파 저명인사들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다. ‘2024년의 미·일동맹: 통합된 동맹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이달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내에서는 이번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 안보 선언’을 채택해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고 주요 7개국(G7)을 한국과 호주 등을 포함해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제언이 중점적으로 보도됐다. 실제 보고서는 “미일 관계의 심도 있는 통합은 호주·필리핀·한국·대만 등과의 관계 강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과의 공조를 강조한다.

하지만 아미티지 보고서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일본 언론들은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방향성에 주목한다.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이 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제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내부로 눈을 돌리면서, 일본이 동맹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 전문가들의 요구”라고 분석했다.

4년 전인 2020년 5차 보고서의 제목이었던 ‘동등한 동맹(equal alliance)’이 이번에 ‘통합된 동맹(integrated alliance)’으로 바뀐 것은 이 같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일 관계가 이제 동등함을 넘어 한 몸처럼 움직이고 더 나아가 일본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극단적으로 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대선 캠페인을 고려할 때 미국의 관여에 대한 미래는 불확실하다”면서 “일본은 포퓰리즘과 고립주의라는 충동을 피했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설계자이며 그의 후계자들은 이를 완벽히 계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미일정상회담에서 발표될 내용들도 보고서가 제시한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주일미군사령부와 자위대 간 지휘 통제 연계를 강화하고 일본 주변에서 전개하는 미군의 항공모함 수리를 일본에 맡기며 미일 양국이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하기로 하는 등 미일 관계의 근간을 바꿀 내용들이 대거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다음날 이어질 미국·일본·필리핀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강압에 맞서 3국 해군이 공동으로 남중국해를 순찰하는 방안도 조율되고 있다. 각종 국제분쟁과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안보 자원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전통적 역할 상당 부분을 일본에 위임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최측근인 람 이매뉴얼 주일미국 대사는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전형적인 정상간 만남이 아니다”라며 “한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격변하는 미일 관계는 우리의 안보 환경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본에 한국과의 갈등 해결을 주문한 2012년 3차 보고서는 3~4년 후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로 이어졌다. 미국이 내놓는 새로운 동아시아 구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한국이 미일 동맹의 종속적 파트너가 아니라 동맹을 주도하고 판을 새로 짜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치열한 고민과 고도로 정교한 전략으로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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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윤홍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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