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자살률' 높아…"비판 외 '연민'의 시선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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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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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은 다른 직군보다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JV_LJ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의사들이 겪고 있는 번아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해외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의료계 현안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되 의사들의 지친 심신 상태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데임 제라다 영국왕립일반의협회(RCGP) 전 협회장은 15일 영국 학술지 출판기업 ‘테일러 앤 프랜시스’를 통해 의사와 간호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의료인들의 번아웃과 자살을 줄이기 위해 2019년 설립된 영국 정신건강 자선단체 ‘닥터스 인 디스트레스’ 설립에 기여해온 제라다 전 협회장은 다음주 발간 예정인 ‘의사 정신건강 편람’을 통해 의사의 자살률은 다른 전문가 집단 자살률보다 최대 4배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자살에 이르는 핵심 원인은 과중한 업무량, 야간 근무 등보다는 ‘두려움’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환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상급자들을 화나게 하는 등의 상황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의 불만 제기는 직업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의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았다.

제라다 전 협회장은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의료인들은 공감과 연민의 감정으로 자신을 봐주길 바란다”며 “하지만 병원이나 규제 당국 등은 의사가 의료인에서 환자로 전환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심신이 지친 번아웃 등에 이르렀을 때 이를 직업 의식 부족이나 성과 부족 문제 등으로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제라다 전 협회장은 이번 편람을 통해 왜 의료인들이 힘든 상황에 이르는지, 의료인들은 위험에 처한 동료 의료인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지, 또 회복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포괄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의사들은 직업상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이해하고 정신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믿음이 있지만 이런 편견으로 인해 오히려 도움을 받는데 장벽이 생긴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사들의 자살 사망률이 높다는 점은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한국 의료 종사자의 건강과 사망률’ 논문에 따르면 일반 대중에서는 사망 원인 4위인 자살이 의사에서는 3위, 간호사에서는 2위라는 점이 확인됐다. 다른 직군 대비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고 정신질환이나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의료인은 일반인보다 자가진단 능력이 뛰어나지만 직업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감염병에 대한 취약성은 더욱 크며 야간 근무,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인한 질병 발생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의사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분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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