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일 선고
(수원=뉴스1) 김기현 배수아 기자 = "제가 법정에 서게 된 건 제 불찰입니다. 제가 주변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5일 수원지법 제13형사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울먹이며 한 최후 진술 중 일부다.
김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전에 검사님으로부터 이 사건이 지난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저는 평범한 주부로 살았고, 또 정치인 아내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남편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저는 항상 긴장하고 살았다. 다른 사람은 다 돼도 우린 안 된다고 하며 꼬투리 잡히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하며 살아왔다"며 "식사값에 대한 의논이나 협의나 이런 것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외부에서 보기엔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주장하시는데, 이는 너무나 큰 원칙이었기 때문에 따로 얘기하거나 지시하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번 건도 마찬가지 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모 씨에 대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인 배 씨는 김 씨의 측근이자 '공모공동정범'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김 씨는 "배 씨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만났던 사람이었고, 되게 얌전하고 성실하게 조용히 자기 일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이번 사건이 언론에 터지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비상식적이고 나름 선거도 해봤는데, (배 씨가) 왜 저런 일들을 했는지 정말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제가 모르는 여러 가지 일도 알게 됐는데, 아직까지도 배 씨를 완벽히 이해는 못 하고 있다"며 "어찌 됐던 제가 많이 부족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재판장님께서 현명한 판단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끝맺었다.
김 씨는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제20대 대선 당내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서울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수행원 등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도 법인카드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약 1시간 20분간 공소사실 요지와 김 씨와 공범 간 공모관계 인정 근거, 피고인과 증인들의 허위 증언 및 근거 없는 주장 등을 피력하며 김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김 씨가 이 전 대표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4선 의원과 전직 국회의장 등 민주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진·원로 정치인 배우자들을 매수하려 한 범행"며 "배우자에 대한 기부행위 역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금액과 관계없이 죄질이 중하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현재까지 증거에 의해 드러난 피고인 기부행위 범행만 5건이지만, 본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하지 못했다"며 "그 외에 얼마나 많은 기부행위 범행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런 추가 기부행위 범행도 양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은 재판부에 배 씨 등 공무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범한 이 사건 범행 성격, 배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김 씨 행태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누구든지 공무원을 선거에 개입시켜선 안 되지만 피고인은 배 씨, 공익 제보자 조명현 씨와 함께 조직적으로 범행했다"며 "피고인은 검찰이 마치 증거도 없이 피고인을 기소한 것처럼 정치적 공격을 일삼으며 쟁점을 흐리고 있고, 또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상식에 어긋난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을 믿고 따랐던 배 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김 씨 측은 전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 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피고인은 배 씨와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공모했다고 볼만한 직접적·객관적 증거도 없다"며 "검찰도 아무런 입증을 못 하고 있고, 간접 정황만으로 피고인과 배 씨가 공모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더불어 "검찰이 제시한 텔레그램이나 통화 녹취록 등에서 공모 상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점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마땅한 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3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