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같은 운동화 신은 사람 만나면 좀"… '신꾸'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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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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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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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홍대 한 편집숍에서 만난 대학생 A씨는 신발 꾸미기에 빠진 이유에 대해 특별함을 꼽았다. 사진은 홍대에 위치한 편집숍의 신발 꾸미기 코너를 구경 중인 고객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신발 왜 꾸미냐고요? 특별해 보이잖아요."

홍대 편집숍에서 만난 A씨는 최근 신발 꾸미기에 빠진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신발, 헤드폰, 키보드, 텀블러 등 공산품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한 다양한 커스텀에 빠진 이들은 저가 제품부터 고가 브랜드까지 서슴없이 구매에 나서고 있다. 도대체 MZ세대가 꾸미기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꾸' MZ세대 너머 전 연령층에 인기?


MZ세대에게 인기몰이 중인 신발 꾸미기는 신발끈, 듀브레(신발끈 고정하는 쇠붙이) 등을 통해 신발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사진은 홍대 한 편집숍에 비치된 신발 꾸미기 용품들. /사진=김인영 기자
신발 꾸미기를 일컫는 '신꾸'는 MZ세대 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신꾸는 신발끈, 듀브레(신발 끈을 고정하는 쇠붙이) 등을 이용해 신발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신꾸를 통해 일반 신발 끈 대신 진주알로 장식된 끈, 레이스 끈, 꽃 모양의 듀브레 등 다양한 제품으로 기존의 신발을 꾸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다.

홍대 한 편집숍에는 신발 꾸미기 용품을 파는 코너가 따로 존재한다. 장미, 리본, 별, 꽃 등 여러 모양과 색상, 재질의 신발끈이 놓인 코너에는 많은 고객으로 북적였다.

신꾸 코너에서 쇼핑 중이던 대학생인 A씨(여)는 신발 꾸미기용 액세서리를 자주 사냐는 질문에 "그런 편"이라며 "운동화마다 어울리는 액세서리가 달라서 자주 산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 꾸미기 액세서리를 사는 이유에 대해 "운동화는 아무래도 같은 제품을 신는 사람과 자주 마주치는데 그럴 때마다 좀 신경 쓰였다"며 "그러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신발 꾸미기를 하게 됐다. 신발 꾸미기를 하니 기존의 운동화와는 느낌이 달라지고 특별한 운동화가 된 것 같아 계속 꾸미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묻자 "비싼 것도 있지만 사실 저렴한 액세서리도 꽤 많아 밸런스를 맞춰 구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편집숍이나 소품숍,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신발 꾸미기 액세서리의 경우 비싼 편은 아니다. 2000~5000원 수준이 대부분. 다만 신발 꾸미기가 유행하면서 고가의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액세서리 브랜드 테스에서 판매 중인 은 듀브레 제품은 가격대가 있음에도 품절 상태였다. 사진은 테스에서 판매 중인 은 듀브레 제품의 모습. /사진=테스 홈페이지
'액세서리 브랜드' 테스에서 판매하는 은 듀브레 제품의 경우 한 세트(세트당 제품 2개) 가격이 5만5100~5만8900원이다. 편집숍, 소품숍에서 판매 중인 제품보다는 가격대가 높다. 그럼에도 제품을 주문받을 때마다 품절 사태다.

테스 대표는 "잡지와 유튜브 방송 등에 소개되면서 주문량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주 고객층에 대해 "예전에는 20대 초반 여성 고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고객층이 넓어졌다"며 "남자도 많이 구매하고 인스타그램 DM으로 아이를 둔 30~40대 여성의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신발 꾸미기 다음은 헤드폰·키보드·텀블러?


에어팟 맥스를 꾸미는 액세서리는 가격대가 7만~8만원대임에도 2030세대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앤어애쉬의 에어팟 맥스를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의 모습. /사진=앤어애쉬 홈페이지
꾸미기 열풍은 신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헤드폰, 키보드, 텀블러 등 다양한 제품을 꾸미는 MZ세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헤드폰인 에어팟 맥스를 장식하는 액세서리의 경우 가격대가 7만~8만원대의 고가임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B씨는 "비싸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소비"라며 "비슷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니 제 헤드폰만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헤드폰 꾸미기도 고가의 액세서리만 있는 건 아니다. 스티커, 커버, 레터링 등으로 자신만의 제품을 꾸밀 수 있다. 또 키보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색상, 키감 등을 선택해 커스텀하고 텀블러는 스티커, 키링 등으로 꾸며 자신만의 아이템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가 꾸미기 열풍에 빠진 이유에 대해 "커스텀한 결과만큼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며 "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특징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 연구위원은 "꾸미기, 커스텀의 인기는 마치 샤넬 등 고가 상품으로 자신을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의 꾸미기 열풍, 앞으로도 지속될까


'신꾸' 트렌드에 맞춰 기업에서도 커스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어그에서 진행한 신발 커스텀 이벤트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꾸미기, 커스텀 사랑은 기업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그에서는 지난달 28일 코엑스점 오픈을 기념해 신발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커스텀 이벤트를 진행했다. 어그 관계자는 커스텀 행사 기획 이유에 대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신발을 꾸미는 '신꾸' 트렌드가 지속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의 서비스를 즉석에서 받을 수 있어 고객의 호응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행사 첫날에는 매장 오픈 3시간 만에 이벤트가 조기 마감됐다"고 말했다.

휠라에서도 지난 5월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에샤페 실버문 운동화 커스텀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 바 있다. 에샤페 실버문 운동화와 레이스, 진주, 실버 장식 키트를 준비해 자신만의 신발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이처럼 MZ세대 내에서 신발 꾸미기 열풍이 불면서 신발 브랜드들도 꾸미기, 커스텀과 관련된 여러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MZ세대에 맞춰 신발,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기반으로 커스텀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다혜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소수 문화였던 커스텀이 이제는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시장에서는 많은 기업이 커스텀을 활용한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MZ세대에게 모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기성품은 흥미를 끌기 어렵다"며 "요즘 세대에게 꾸미기, 커스텀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비 방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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