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위기 임산부 지원 한 달, 포기할 뻔했던 아기 엄마가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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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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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한 달 동안 16명 신청하고 1명 철회

서울시 한 병원의 신생아실. /뉴스1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형편이라면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가 19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그 동안 위기 임산부 16명이 보호출산을 신청했고, 그 중 1명은 아이를 낳고 숙려기간 동안 같이 보낸 뒤 직접 키우겠다며 보호출산을 철회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태어나면 14일 이내에 시·읍·면에 통보하는 제도다. 시·읍·면은 출생 후 1개월 내에 신고 의무자(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임신과 출산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일부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한 뒤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됐다. 위기 임산부는 경제적·신체적·심리적 지원을 받고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다. 태어난 아동은 시·군·구청장이 보호한다. 임산부는 최소 일주일 이상 아동을 직접 양육하는 숙려 기간을 보내야 한다. 생모는 아이가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보호 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부모가 낙태 제안했지만 “직접 키우겠다”며 지원 받는 산모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31일 간 368개 의료기관이 출생통보제에 따라 1만8364건의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통보했다. 같은 기간 전국 16개 지역상담기관은 보호출산제에 따라 위기 임산부와 상담을 419건 했다. 위기 임산부에게는 시설 입소, 주거‧양육 등 긴급 지원이 제공됐다.

현재까지 보호출산을 신청한 위기 임산부는 16명이다. 그 중 A씨는 갑작스럽게 임신해 인공 임신중절(낙태)을 고민하던 중 보호출산제를 알게 됐고 아이의 생명을 살리기로 했다. 원래는 아동을 보호시설로 보내려 했으나 함께 숙려기간을 보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 A씨는 보호출산을 철회하고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B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부모가 중절수술을 제안했지만 아이를 낳아 직접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어 지역상담기관을 찾았다. 상담원은 출산지원시설(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연결시켜줬다.

C씨는 위기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이용하기 전 24시간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화(☎1308)를 이용했다. C씨가 “갓 출산한 아기를 키울 수 없어 유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상담원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아기와 산모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산모는 상담을 받고 직접 출생신고를 했고, 지금은 계속 상담을 받으며 아동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

'유령 아동’ 전수조사 결과 영아 살해 드러나… 위기임산부 보호 제도 마련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작년 6월 발생한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감사원이 작년 3월부터 복지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출생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가가 있는지 조사했고, 그 중 두 명의 소재를 찾으려 경찰이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를 수색하다가 주택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으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123명 중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48.3%)이었다. 249명(11.7%)는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났고, 814명(38.3%)은 수사 중이었다. 각 지자체는 총 1095명(51.6%)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유는 ▲베이비박스 등 유기 601명(54.9%) ▲보호자 연락두절·방문거부 232명(21.2%) ▲출생사실 부인 72명(6.6%) 등이다.

복지부는 3차례 조사를 더 실시해 2010년부터 작년 12월까지 ‘유령 아동’ 전수조사를 마쳤다. 작년 6~12월에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45명 중 6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고, 1명은 ‘제부도 영아 시신 유기 사건’ 피해자였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시행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다”라며 “정부는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적극적으로 돕고, 천하보다 귀한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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