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과한 ‘밴 코리아’ 사태, 태국서 ‘韓 보이콧’ 확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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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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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시 한국보다 중국이나 일본이 더 낫다며, 한국 관광 폄하 발언을 한 태국여행사협회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은 지금까지 태국 내에서 퍼진 한국 여행에 대한 불만이었으며 일반인들 사이 트렌드처럼 퍼진 보이콧 분위기가 여전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태국여행업협회(TTAA)는 짤른 왕아나논 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 서한을 발송했다. 짤른 회장은 “협회 입장이 아닌 일부 관계자의 개인적 발언으로 오해와 심려를 끼쳤다”며 “협회 차원에서 한국에 관광객을 많이 보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TTAA는 외국으로 태국 관광객을 송출하는 여행사들의 단체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는 TTAA 부회장의 최근 한국 여행 비하 발언에 대한 것이다. 지난 11일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유타차이 순똔라타나벗 TTAA 부회장은 최근 태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 여행 거부 움직임을 조명한 기사에서 “한국을 찾는 태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한국 관광명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손똔라타나벗 부회장의 개인적인 입장으로 결론났으나,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태국인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며, 태국 내에서는 한국 여행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상당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원인은 2021년 9월 도입된 ‘K-ETA(전자 여행 허가)’제도로 꼽힌다. K-ETA는 112개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국적자가 국내 입국을 위해 현지 출발 전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고 입국을 허가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은 관광을 왔다가 불법 노동자로 눌러 앉는 일을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국내에 입국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2015년 5만2000여 명에서 작년 9월 15만7000여 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K-ETA로 인한 태국에서의 여행 거부는 최근에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태국 여성 인플루언서 와라폰 피야탄섬신은 한국 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구금됐다가 강제 송환당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다른 태국인들도 자신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입국 불허 논란’이 불거졌고 반한 감정도 생겨났다. 왕아나논 TTAA 회장도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를 통해 “한국 여행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 전 한국은 태국에서 3대 인기 여행지 중 하나였지만,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이후 태국 소셜미디어(SNS) 상에는 ‘밴 코리아(Ban Korea·한국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한국이 작년부터 태국의 불법 노동자 문제로 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태국인들이 항공료와 숙박료를 포함해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까지 손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랐다. 방문객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첫 4개월 동안 한국을 방문한 태국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11만 9500명.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관광객은 57만 2000명이었다.

닛케이 아시아는 태국인들이 이제 중국, 일본 등 대체 여행지를 찾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데다, 중국의 저렴한 물가와 일본의 엔화 약세 등의 이유로 한국보다 여행 비용이 저렴하고, 관광 거리도 많아 태국인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태국 내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인지해왔으며 근본적인 문제는 K-ETA 때문이라 문체부와 법무부가 협의를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에서는 태국인을 대상으로 한 방한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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