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때마다 "감사합니다" 추앙…이분 없었다면 싱가포르 없었다고[궁금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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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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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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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박사
킹 오브 쿨(King of Cool)로 불려
킹 오브 쿨(KIng of Cool), 에어컨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스 캐리어 박사 [사진출처=캐리어 홈페이지]


싱가포르는 덥고 습한 도시국가다. 최근 싱가포르 경영대학과 정책연구소가 4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필수템(필수 아이템)은 스마트폰, 에어컨, 외식, 여행, 자가(집) 등이었다. 응답자의 64%는 에어컨이 필수라고 답했고, 62%는 한 달에 한 번은 식당에 가야 한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매년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해야 한다고 답했고, 96%는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이 기본 필수 사항이라고 했다.

리콴유 초대 싱가포르 총리는 열대 지방인 싱가포르가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에어컨의 공로라고 말했다. 그는 "에어컨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에어컨의 보급은 싱가포르,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등 열대 기후 도시 국가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고, 더위로 인한 사망률을 40%나 낮췄으며 무더위 속에서 인간의 활동 시간을 연장했다. 에어컨 보급 이전 열대 기후에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낮에는 일할 수가 없어서 아침과 저녁에만 업무를 봤다.

싱가포르의 한 건물에 수 백여대의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싱가포르에서 에어컨은 필수 중의 필수다.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1902년 7월 17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더울 때마다 에어컨을 켤 때마다 누리꾼들이 "감사합니다"라며 추앙하는 월리스 캐리어 박사가 에어컨을 탄생시킨 날이다. 캐리어 박사는 킹 오브 쿨(King of Cool), 에어컨의 아버지로 불린다.

캐리어의 설명을 보면, 에어컨은 원래 "세상이 시원하게"라는 목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코넬대학교를 졸업하고 공학석사학위를 취득한 캐리어는 버팔로 포지라는 회사에 재직하던 중 브루클린의 인쇄 회사가 겪고 있는 습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제를 받았다. 종이의 치수는 공장의 열과 습도 변화에 따라 변동했고, 그 과정에서 4색 인쇄 공정에 영향을 미쳤다. 캐리어는 안개 낀 밤에 기차 플랫폼에서 미국 특허청이 ‘천재성의 섬광’으로 명명하게 된 발견을 한다. 캐리어는 건구 온도, 습구 온도, 상대 습도, 이슬점의 관계를 깨닫게 된 것이다. 뜨거운 증기를 파이프로 순환시켜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난방이 가능하다면, 반대로 차가운 물을 이용한 냉방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에어컨의 기초가 되는 원리로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며 주변의 열을 앗아가는 안개의 원리를 대입해 공기 중의 열과 습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가전매장에서 방문객들이 에어컨 등 냉방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1년 안에 캐리어는 자신의 발명품을 완성했고 이는 현대 에어컨의 기본이 됐다. 1905년 29세의 캐리어는 버팔로 포지의 엔지니어링 부서장이 돼 연구를 지휘하고 모든 설계 응용 프로그램을 감독했다. 2년 후, 캐리어의 발명품은 디트로이트의 제약 공장과 뉴욕 웨일랜드의 실크 공장에 설치됐고 일년 내내 상대 습도가 65%로 보장됐다. 그 해 가장 큰 업적은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실크업체에 첫 판매를 한 것. 캐리어의 회사는 일본에 진출했꼬 1933년에 일본 최초의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을 설치했다. 4년 후에는 세계 최초로 선박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1907년 버팔로 포지 경영진은 에어컨이 회사에 가져다준 기회를 인식하고 자회사인 캐리어에어컨을 만들었다. 하지만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캐리어에어컨이 폐업되자 1915년 캐리어는 다른 엔지니어들과 3만2600달러를 회사를 설립했다.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사격, 복싱 선수단이 냉방기를 준비해 출국수속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캐리어의 공기 냉방 시스템은 초반엔 제과, 신발, 비누, 약품, 군수품 등 산업체, 공장들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1924년 디트로이트의 허드슨 백화점과 1925년 뉴욕 티볼리 극장 등 백화점과 극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확산했다. 1929년에는 백악관에도 에어컨이 진출했다. 캐리어는 르하이 대학과 알프레드 대학에서 에어컨을 발명한 공로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고, 미국 국립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영향력 있는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캐리어 박사는 1950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사망하고 1950년대 이후 경제부흥기에 접어들며 일반 시민들에게도 에어컨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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