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자동 사직처리” 강수 둔 병원장들…실제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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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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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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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반기 수련을 위해 미복귀 전공의의 일괄 사직 처리를 병원에 주문하면서, 주요 수련병원장들이 오는 15일까지 근무를 시작하지 않는 전공의들을 자동 사직 처리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 사직 여부를 다음 주까지 결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전공의 배치 정원을 줄이는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사실상 압박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수련병원장들이 별도 회의를 갖고 강경 조치를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 강수 둔 정부와 병원장들…실제 '사직 처리' 가능성은?

다만 병원장 차원의 방침만 정해진 상황으로, 아직 실무 절차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통보한 사직 처리 시한이 일주일로 촉박한 데다,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사직 의사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요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난 6월 4일에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지만, 전공의들이 전혀 대응하지 않았고, 현재 미복귀 전공의들 대부분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선배 교수들은 새로운 전공의가 들어오는 것보다 기존 전공의들이 본인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전공의를 자극해서 좋을 것 없으니 병원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전공의를 압박하는 건 정부였는데 이제 병원으로 공이 넘어와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수련병원협의회 "2월 사직 처리 정부에 요청"

오는 15일 일괄 사직 처리가 실제 진행되더라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이 문제가 됩니다.

그동안 전공의들은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이 내려지기 전 사직서를 제출한 2월 29일로 수리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지난 8일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차원에서 어제(9일) 일괄 사직 처리 방안을 긴급 논의하고, 전공의들이 떠난 2월 29일자로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협의해 이를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제안을 수용해 '2월 사직서 수리'를 용인한다고 해도,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돌아올 지는 불투명합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없다면 복귀는 어렵다면서, 정부의 행정처분 철회로 일부 돌아가려는 전공의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다수는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 '의대 교수 자격 완화' 추진에…교수들 "개원의 허용 안 돼"

의대 교수들의 속내도 복잡합니다. 교수들은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하면서 비판을 감수하고 휴진까지 했지만, 정부가 취소가 아닌 '철회'를 결정하자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의대 교수 자격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발표까지 나오자 반발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함께 오는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 교수를 1,000명 충원하겠다고 했는데, 교수를 채용할 때 '개원의' 경력도 대학병원 근무 경력과 동일하게 인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지난 2일 입법 예고한 '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는 앞으로 의대 교수 채용 시 근무경력 환산율을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현재 각 의대는 자체 기준으로 교수 후보자의 근무경력을 환산하고 있지만, 법이 통과되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의료인으로 근무할 경우 개원의라도 경력이 100% 인정됩니다.

의대를 졸업한 뒤 바로 의원을 열어 개원의로 곧바로 활동해도 임상 연구경력으로 전부 인정돼, 지금보다 쉽게 의대 교수에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에 전국 34개 의대 비대위 대표 교수들은 어제(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의 입법 예고안은 의대를 졸업한 개업의를 당장 의대 교수로 뽑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이어 "교육부가 이렇게 의학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의료계와 논의해 접점을 찾고 입법 예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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