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 재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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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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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6월27일 <미디어오늘>은 ‘정치권 남성 취재기자들, 단톡방서 언론인·정치인 성희롱’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국회·대통령실 등을 출입하며 정치권을 취재하는 남성 기자 3명이 단체대화방에서 다른 여성·남성 기자와 정치인 등 최소 8명 이상(나중에 피해자 1명 추가 확인)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났다.

놀랍지만 놀랍지 않다. 2017년, 2019년에도 비슷한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7월1일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일부 남성 기자들의 빈약한 젠더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언론계의 젠더 무감성, 저널리즘 윤리 부재가 낳은 참사”라고 짚었다. 사건을 최초 보도한 노지민 기자와 7월9일 전화로 만나 보도 전후 이야기를 들었다.

 

—보도 전 이 사건을 최초로 인지했을 때 어떤 생각·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구체적인 단톡방 대화를 입수하기 전에 ‘어떤 대화가 있다’ 정도까지만 접했는데도 어떤 일이겠구나 예측이 됐다.(헛웃음) 우리가 그동안 익히 겪어왔던 역사가 있지 않나. 과거의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들이 바로 떠올랐다.”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취재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기자 사회는 소문이 빨리 퍼지는데, 특히 온갖 ‘찌라시’가 유통되는 정치권 기자들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보안을 중요하게 여겼다. 보통 본격적인 취재를 하기 전에 팀에 내용을 공유하는데 이번엔 데스크하고만 소통했다. 그런데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알음알음 소문이 돌고 관련 추측성 찌라시까지 만들어졌다.”

—보도 형식도 주의할 부분이 많았을 텐데.

“피해자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어느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사적 대화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워서 대화 내용을 아예 쓰지 않을 순 없는데, 대화 내용이 선정적으로 소비될 우려가 있어서 그 사이 적정선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 여성단체 활동가 등에게 자문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해자일 때 특수성이 있을까.

“한국 사회에 성차별적 인식이 만연하기도 하지만 기자가 성적 대상화 발언을 ‘유희’처럼 하는 건 더 문제다. 가해자와 밀접한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나 취재원은 피해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권리를 침해당한다. 민감 정보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확산하기 쉬운 직업이기에 더 문제적이다.”

노지민 제공


—가해자가 소속된 각 언론사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감봉 등 징계 수위가 낮았던 과거와 견주면, 이번엔 가해자 2명이 해고됐고 1명은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다. 1~2년 자격정지 징계를 줬던 한국기자협회도 가해자 3명 모두 영구 제명했다. 과거보다 문제의식이 커지고 대응도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보여주기식’으로 지나치게 빠르게 해고하면 진상 조사나 회사 책임,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중단시킬 수 있다.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나 피해 회복 조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언론계에서 이런 사건이 더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계 내부 문제라는 이유로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이번 성희롱 피해 집단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자협회 여성 풋살 대회 참가자 340명이 7월1일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걸 보면서, 역시 언론계 내부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이유로 목소리 낼 수 없는 개인 피해자들에게도 큰 연대의 힘이 됐을 것이다.”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은.

“최초 보도 뒤 보도를 직접 인용한 언론이 거의 없었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에스엔에스(SNS)에 피해자임을 스스로 밝히며 비판 입장을 올리고 나서야 디지털용 기사로 받아썼다. 언론이 언론계 문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통로로 드러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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