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에도 쌓이는 ‘미세플라스틱’··· 청력·균형감각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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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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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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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 생체 내부에 축적돼 청력과 균형감각 저하를 일으킨다는 동물실험 기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손상돼 청력손실과 균형감각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김진수 박사와 서울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박민현 교수, 중앙대 창의ICT공과대학 융합공학부 최종훈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축적과 청력·균형감각을 담당하는 내이(內耳) 손상 간의 상관관계를 탐색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일회용품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에틸렌 10㎍을 4개월 간 매일 실험쥐에게 먹인 뒤 귀의 가장 안쪽 내이의 기능인 청력과 균형감각 등을 측정했다.

연구결과, 미세플라스틱 폴리에틸렌이 내이를 구성하는 달팽이관(청력 담당)과 전정기관(균형감각 담당)에 축적돼 해당 부위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점이 입증됐다. 지방을 제거해 빛에 완전히 투명하게 만드는 조직 투명화 기법으로 내이를 관찰한 결과 폴리에틸렌 0.144㎍이 축적된 것으로 관찰됐다. 이어 청력 측정시험을 통해 실험쥐들이 반응하기 시작하는 소리의 크기를 재본 결과 정상군이 31.7㏈(데시벨)에 반응한 반면, 폴리에틸렌 섭취군은 그보다 22.3㏈ 더 큰 54㏈에 반응을 보여 청력 기능 손상을 확인했다.

균형감각 역시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경우 기능 저하가 일어났다. 트레드밀을 이용한 운동부하 검사에서 실험쥐들이 안정적으로 달린 시간을 측정한 결과, 평균 515.7초를 달린 정상군에 비해 폴리에틸렌 섭취군은 평균 322.1초 달리는 데 그쳐 운동 지속 능력이 낮았다. 로타로드 회전봉 검사에서도 폴리에틸렌 섭취군은 정상군보다 회전봉 위에서 2배 빨리 떨어졌고, 사지의 악력도 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이의 청력 손상에 따른 영향을 받는 대뇌의 측두엽이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 역시 떨어졌다. 폴리에틸렌 섭취군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FDG PET)을 통한 뇌 포도당 대사 분석에서도 측두엽의 포도당 대사가 줄어든 것이 관찰됐다. 또헌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RNA를 살펴본 전사체 분석에서도 폴리에틸렌 섭취군의 내이에 세포사멸로 인한 손상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마모를 거쳐 5㎜ 이하의 미세 입자로 분해된 것으로, 해양·토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한편 인체에도 여러 측면의 위해를 입힌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내이 연구로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위해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미세플라스틱의 내이 영향 후속 연구를 수행해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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