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데 노량진에선 횟감…까치상어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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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7. 오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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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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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까치상어, 서산 ‘가로림만 보호구역’으로 돌아가
‘상어의 날’ 맞아 환경단체·시민들 6마리 방류
지난 14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수조에 까치상어 여러 마리가 전시되어 있다. 김지숙 기자

“죽상어잖아? 상어를 어디로 가지고 가요?”

지난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커다란 보랭 상자에 담긴 상어를 보더니 호기심을 보였다. “살을 쪄서 먹고, 간이나 지느러미만 먹기도 한다”는 죽상어는 까치상어의 다른 이름이다. 까치상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종으로 아시아코끼리, 갈라파고스펭귄과 같은 적색목록 ‘위기’(EN) 등급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까치상어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았다.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조한 까치상어 6마리가 충남 서산 가로림만 해양생물보호구역에 방류됐다. 사진은 벌천포해수욕장 앞바다에 풀려난 까치상어.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날 불과 몇 분 전까지 민어, 참돔과 함께 ‘잡어 수조’에서 횟감이 될 운명이었던 까치상어 6마리가 제2의 삶을 찾았다.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들은 이날 ‘상어 인식 증진의 날’을 맞아 수조 속 까치상어를 구조해 바다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지난달 말 ‘까치상어 구조대’(구조대)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까치상어 구조·방류에 앞서 해양환경 교육, 물살이 비질(도살장, 수산시장 등을 찾아 동물의 죽음, 고통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어류를 식용의 의미로 축소한 ‘물고기’ 대신 물에서 사는 생물이란 뜻의 ‘물살이’란 표현을 쓴다.

이날 아침 8시 노량진 수산시장에 도착한 이들은 앞서 예약해둔 상점에서 까치상어 6마리를 샀다. 가격은 마리당 5만원으로, 예상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상인이 수조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상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자, 몸길이 70~80㎝의 상어가 몸부림쳤다.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수조에 갖다 놓으면 일주일 안에는 팔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까치상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것을 아는지 묻자 “들어본 것도 같다”며 말을 흐렸다.

까치상어가 어째서 국내 수산시장 수조에서 팔리고 있는 걸까. 까치상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49종의 상어 가운데서는 유독 연안에서 쉽게 목격되는 종이라고 한다.

이번 활동을 기획한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현재 해양보호생물로 지정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어업 중에 부수적으로 그물에 걸린 까치상어를 판매해도 불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쉽게 관찰된다고 해서 보호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며 “지난 40년 동안 까치상어 개체 수가 50~79%가량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윤 군산대 교수(해양생물자원학과)는 “까치상어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일부 나라에만 서식한다. 서식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개체 수가 줄면 멸종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까치상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서식 개체 수 조사나 혼획(어업 중 의도치 않게 그물에 걸림)의 피해도 얼마나 되는지 연구된 바가 없다는 것이 최윤 교수 설명이다.

‘까치상어 구조대’는 어류를 식용의 의미로 축소한 ‘물고기’ 대신 물에서 사는 생물이란 뜻의 ‘물살이’란 표현을 썼다. 김지숙 기자

정오께 까치상어와 구조대원들을 실은 차량이 140여㎞를 달려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 해양생물보호구역에 도착했다. 다행히 6마리 모두 무사했다. 구조대는 재포획과 어업의 위협이 적은 곳을 방류지로 정했다.

“한 마리는 입 주변에 낚싯바늘 자국이 남아있었거든요. 옆구리에 상처도 보였고요. 상어들이 우리 생각보다 강한 것 같아요.” 구조대원으로 참여한 이채환 ‘한바랄’ 바다환경전문출판사 대표는 앞서 6일 비질에서 봤던 까치상어가 이날 방류 대상에 포함됐다며 “일주일 넘게 수조에서 굶은 상어가 이동 중 사망할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충남 서산 가로림만 해양생물보호구역에서 구조한 까치상어 방류를 위해 시민과 활동가들이 상어를 옮기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조한 까치상어 6마리가 충남 서산 가로림막 해양생물보호구역에 방류됐다. 사진은 까치상어 방류 작업을 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시민들. 김지숙 기자

방류는 천천히 진행됐다. 구조대원들은 수조에서 까치상어와 함께 담아온 해수와 방류지의 물이 자연히 섞이도록 5~10여 분간 ‘물 맞대기’를 진행했다. 1차로 4마리, 2차에서 2마리가 차례로 가로림만 해양생물보호구역 내 벌천포 해수욕장 앞바다로 나갔다. 바로 헤엄쳐 달아날 만한데 상어들은 비닐을 빠져나와서도 한동안 가만히 한곳에 머물렀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 한 마리, 두 마리씩 먼바다로 사라져 버렸다.

“어서 가, 횟집이든 수족관이든 어디서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마지막까지 사람 주변에 머물던 까치상어를 지켜보던 장주은씨가 “깨물려도 좋을 만큼 귀여운” 상어를 떠나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기자 프로필

한겨레 애니멀피플 기자. 우리 곁의 반려동물과 농장, 야생동물들의 소식을 쫓습니다. 번식장, 경매장, 펫숍 반려산업의 실체를 보도한 책 <선택받지 못한 개>을 공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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