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보도 등을 토대로 재구성해보면 이스라엘의 지난 25일(현지시간) 헤즈볼라 선제타격은 이런 구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in)’이 가동되는 양상을 미리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공조를 통해 임박한 상대의 공격 징후를 파악하고, 자위적 대응이라는 명분을 확보하는 등 유사시 한국이 ‘교범’으로 삼을 지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스라엘은 수 일에 걸쳐 관련 첩보와 정보를 끌어모았다.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외신에 “텔아비브에 소재한 모사드와 8200부대 등 정보기관을 헤즈볼라가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걸 축적된 정보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도·감청이나 휴민트(인간 정보) 등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 타격에 나선 건 구체적인 움직임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헤즈볼라의 미사일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타격을 실행했다”는 게 이스라엘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성 촬영 등을 통해 발사대의 물리적 이동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측은 또 헤즈볼라의 미사일이 새벽 5시에 텔아비브 방향으로 발사되도록 설정돼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해킹 등을 포함해 다양한 첩보 수집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전후로 이스라엘 측은 미국과 긴밀히 상황을 공유했다. 실제 타격은 발사 설정 시각 15분 전인 새벽 4시 45분에 이뤄졌는데, 이에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헤즈볼라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다고 의견 일치를 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선제공격 덕에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한 로켓 50% 이상, 혹은 3분의 2가량이 발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킬체인 운용 원리와도 유사하다. 국방부의 ‘2022 국방백서’를 보면 킬체인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지휘·발사·지원체계, 이동식 발사대 등 핵심표적을 신속·정확하게 탐지해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발사 전에 제거하는 공격체계”라고 소개한다. 사실상의 선제타격 개념이다.
여기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같은 비물리적 공격 개념도 포함될 수 있다.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을 통해 교란을 일으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자체를 막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지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심은 ‘명백한 공격 징후’의 포착이다. 군 당국이 ‘425 사업’ 등으로 한국군 독자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향후 30분 이내 간격으로 북한 지역을 들여다본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스라엘이 상대 공격 직전에야 타격에 나서는 등 사태의 급박함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과 다른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의 불가피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방타격은 적의 실제 공격 의사가 불분명하더라도 사전에 적극적 타격을 통해 잠재적 위협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곤 한다.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헌장 51조는 “회원국에 대해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를 놓고 임박하고 명백한 공격 징후 역시 ‘무력 공격의 발생’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여기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단체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불량 국가를 억제할 필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위권 발동을 무력 공격의 사후적 반격으로만 국한시켜 막대한 피해를 방치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군 안팎에서 정찰 감시 능력 등 강화와 동시에 선제타격 논리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우리는 정전 상태에서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을 마주하고 있다”며 “선제타격의 정당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을 향해 침략을 포기하게 만드는 ‘거부적 억제’ 개념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북 정보를 긴밀히 주고받으면서 국제사회와 군사적 대응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