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니체의 말로 알려진 문장이다. 살아가는 데 뭔가 철학적인 이유가 필요하다면 딱히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나부터도 당장 떠오르는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태어났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부모니까…. 아니, 어쩌면 그 정도만으로도 ‘왜 살아야 하는지’의 이유는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엔 아주 단순한 삶의 이유조차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고독사 현장의 고인들 말이다. 이번에 다녀온 곳도 그랬다.
50대 남성의 방이었다. 경찰 측에서 가족을 찾아 연락했지만 시신 수습을 거절했다고 한다. 남성이 살던 곳은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욕실·화장실·주방은 공용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들은 방음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2~3주가량 시신이 방치되는 고독사가 발생한다.
방문을 여니 발밑에 돼지저금통이 보였다. 누군가 황급히 저금통의 배를 가르고 돈을 꺼낸 뒤 버려놓은 것 같았다. 건물주는 "아들이 다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도 무심했다. 그래도, 그거라도 챙겼다니 되레 안심도 됐다. 그날 하루, 그가 살아갈 이유가 돼 주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빠 시신 수습 거부한 아들…돼지저금통 배는 뜯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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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남처럼 살았고, 왕래하지 않았다. 그리고 둘째는 어머니와 살던 그 집에서 고독사했다. 동생은 형의 죽음 앞에서 일말의 슬픔도 내비치지 않았다. 부패된 유품 틈에서 숫자도 알아보기 힘들만큼 너덜너덜해진 예금통장이 나오자 비로소 눈을 반짝였다. 남편 없이 홀로 삼형제를 키워낸 어머니는 이런 결말을 상상이나 했을까.
▶형의 죽음에 짜증내던 동생, 통장 발견되자 “잔액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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