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안 보인다” 촉망받던 초급 경찰 간부의 마지막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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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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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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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 앞에 지난 18일 숨진 이 경찰서 소속 송 모 경위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블라인드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30대 경찰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했는데, 경찰 동료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경찰의 업무가 폭증한 현실을 비판했다.

지난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근무하던 30대 초반의 송 모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송 경위는 2019년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70대 남성을 응급처치해 살리는 등 사명감 있고 성실한 경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2016년 순경으로 입직한 뒤 3번이나 계급 승진을 할 만큼 촉망받았다.

2019년 편의점에서 쓰러진 70대 남성을 응급처치해 살린 후 언론과 인터뷰 한 송 모 경위. /유튜브 KBS

지난 2월 송 경위는 수사 부서에 처음 배치되자마자 40건의 사건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생전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죽을 것 같아. 인계서조차 쓸 수 없어” “나가야 되는데 미치겠다 진짜로” “길이 안 보인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KBS는 전했다. 송 경위는 사망 전 업무 부담으로 인한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한 상황이었다.

동료 경찰관은 지난 23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송 경위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일선 경찰관들의 힘든 상황을 알아달라고 했다.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젊은 경찰관이 떠났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A씨는 “수사에 뜻을 품고 수사관이 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며 “지휘부에서는 ‘개인의 우울증’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없던 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사망한 송 경위가 생전 동료와 나눈 메시지. /블라인드

A씨가 공개한 문서에는 “동료가 우울증에 힘들어하다 세상을 등졌다. 이제 산 자는 살아야 한다. 남은 자는 남은 자의 몫으로 굳건하게 이겨내야 한다. 지금을 극복해 나가자”는 내용이 담겼다. 관할 경찰서장의 공지 사항이었다고 한다.

송 경위가 근무한 경찰서 앞에 “무능한 지휘부 정신 좀 차려라” “하늘에선 부디 평안하시길” 등 동료들이 보낸 조화가 늘어선 사진도 있었다.

이 글은 5만명 이상이 보고, 906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커뮤니티 내 인기 글이 됐다. 직장을 ‘경찰청’으로 인증한 네티즌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수사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라며 수사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수사 업무 과중의 시발점”, “수사권 조정 이후 작성할 서류의 양이 두 배 정도 늘었고, 수사심사관 수사심의계 등등 간섭하는 이들도 세 배 정도 늘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늘어난 업무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건 경위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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