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도 2018년 이후 5조원대 진입
‘AI 메모리’ HBM·SSD 쌍끌이 강세 여전
3분기 중 HBM3E 12단 양산…1등 굳히기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가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의 강세 속에 D램과 낸드 제품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이 지난해 2분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4.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분기 매출이 16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종전 최고치는 2022년 2분기 13조811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평가되는 2018년 2분기(5조5730억원), 3분기(6조4720억원) 이후 6년 만에 5조원 대에 진입했다.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탄을 쐈던 올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32% 증가,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0% 포인트 상승한 33%를 기록할 만큼 강력한 성장세를 과시했다.
2분기 호실적의 주역으로 HBM과 낸드 타입의 데이터 저장장치인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가 꼽힌다. 모두 AI 메모리로 각광받는 제품들이다.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환율 효과도 더해지면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D램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공급을 본격화한 5세대 HBM(HBM3E)과 서버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이 확대됐다. 특히 HBM 매출은 1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
낸드의 경우 eSSD와 모바일용 제품 위주로 판매가 확대됐다. 특히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제품 전반에 걸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가 지속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는 성능이 보다 개선된 HBM과 eSSD 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 상반기 주요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했던 HBM3E 12단 제품은 계획대로 3분기 내 양산에 돌입한다. 4분기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에 본격 공급될 전망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분야에서도 하반기 32Gb(기가비트) DDR5 서버용 D램과 고성능 컴퓨팅용 MCRDIMM을 출시해 우위를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MCRDIMM은 여러 개의 D램이 기판에 결합된 모듈 제품으로, 속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낸드에서도 60TB(테라바이트) 제품을 앞세워 고용량 eSSD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eSSD 매출이 지난해 대비 4배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신규 생산기지로 낙점했던 청주 M15X는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건설이 진행 중이다. 현재 부지 공사가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은 예정대로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생산시설 확장으로 올해 자본지출(CAPEX)이 연초 계획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는 영업현금흐름 범위 내에서 효율성 있게 투자를 집행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은 “수익성 중심 투자 기조 하에 2분기 동안 필수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차입금을 1분기 대비 4조3000억 줄일 수 있었다”며 “안정적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최선단 공정 기술과 고성능 제품 개발에 매진해 AI 메모리 선도기업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