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아이들은 어떡하라고"…학부모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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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28. 오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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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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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걸어서 가요"
학생 끊긴 체험학습장 고사 위기

'노란버스 사태' 1년
현장학습 불신·혼란만 커져

사고·소송 우려에 교사들 꺼려
도보·지하철 타고 근교체험 대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초등학생이 체험학습을 갈 때 13세 미만 어린이 전용 버스만 이용하도록 강제했다가 취소한 ‘노란버스’ 사태 이후 1년이 흘렀지만, 학교들이 좀처럼 체험학습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책임을 지는 사례가 늘자 학교와 교사들이 체험학습 자체를 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린이 체험학습이 주 수입원인 전용 시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아이들의 외부 활동을 원하는 학부모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27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한국민속촌과 인천어린이과학관, 영동국악체험촌 등 주요 체험학습지 10곳의 올 1분기 입장객은 48만7113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분기(69만9714명) 대비 30.3% 줄어들었다. 수도권 초등학생 단체 손님이 많은 한국민속촌의 1분기 입장객은 14만3286명으로 지난해 전체 방문객(110만 명)의 7분의 1에 불과했다. 어린이 직업체험 시설인 한국잡월드 방문객은 1분기 10만8214명으로 지난해 연간 방문객(54만5012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지난해 9월 법제처와 교육부는 어린이 안전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초등학생 체험학습 시 어린이 버스만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노란버스를 섭외하지 못한 초등학교가 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고, 전세버스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한 달여 만에 이를 취소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체험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개 학교 일정은 연초 정하고, 가을 체험학습도 이때 예약하는데 이미 올해 영업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농산물 수확 체험이나 소규모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지방 중소 체험학습장이 특히 타격이 크다. 김기탁 동두천놀자숲 대표는 “작년 노란버스 사태로 초등학생 1800명가량이 예약을 취소하며 어려웠는데, 올해도 예약률이 낮다”며 “이대로라면 폐업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북 임실군 치즈마을도 존폐 갈림길에 섰다. 심장섭 임실치즈마을 위원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여전히 절반이 채 안 된다. 평일 유치원, 초등학생 손님이 주 수입원인데 조만간 ‘치즈마을’이라는 간판을 떼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학교와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외부 체험학습을 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지역 초교 교사 이모 씨(35)는 “현장 체험학습 대신 학교에 외부 강사를 초청해 비누 꽃과 냄비 받침 만들기를 했는데,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교는 상반기 학생들을 버스 대신 지하철로 이동시켜 ‘놀이동산 체험학습’을 했다.

2022년 강원도의 한 초교에서 현장 체험학습 도중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인솔 교사 2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사실이 올 들어 교육계에 뒤늦게 퍼지면서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올해 체험학습을 ‘한강 걷기’로 대체한다는 공지를 최근 받았다”며 “2022년 아이가 두물머리 애벌레생태학교를 다녀와 아주 좋아했는데, 이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사라져서 아쉽다”고 했다.

체험학습이 단순 여행이 아니라 학습의 연장인 만큼 재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체험학습 안전지도사를 동행시키는 등 교사 책임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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