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면 샤넬·디올·구찌·에르메스"…지방 신축 수난시대, '1억 할인'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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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8. 오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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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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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매수하면 명품을 주겠다는 내용의 아파트 마케팅 현수막/사진=독자제공
"(아파트를 매수하면) 샤넬, 디올, 구찌, 에르메스를 드립니다. 계약축하금 1000만원 지원, 방문만 해도 사은품 증정".

전남 장성에서 분양중인 '남양휴튼 리버파크' 인근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에 적힌 내용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고육지책을 꺼낸다. 대우건설은 대구 서구에 시공한 '반고개역 푸르지오' 아파트에 대해 1억원 이상 할인을 약속하기도 했다. 1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아직 물량이 쌓여있어서다.

7일 국토교통부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550가구에 달한다. 이 중 지방의 미분양 비중은 80%에 달해 상황이 심각하다. 지방에서 발생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후분양에 나선 대구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초역세권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 논란으로 입주 후에도 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7억3900만원으로, 가격 부담이 미분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남 장성 '남양휴튼 리버파크'는 1차 계약금 5%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세워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명품 브랜드 상품 제공 등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유인책은 통하지 않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수도권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역 인구 유출과 수요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지방 부동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한 대구 지역 공인중개사는 "돈있는 대구사람들은 대구 부동산 대신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흐름도 서로 정반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1.21% 상승했지만, 지방은 1.16% 하락했다. 특히 서울은 네 달 넘게 아파트 계속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아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과 '페이백' 등 방식으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상반기 기업구조조정 리츠(CR 리츠) 도입, 세금 산정 시 주택 수 제외 등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지방 주택 시장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며 "세제 완화 등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다"며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 마케팅 전략은 미봉책일 뿐 흐름 자체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억원 할인분양' 현수막을 내건 대구 신축 아파트/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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