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북한 무너질 유일 가능성은 내부 붕괴라 인식”
“북한 주민들 불만 목구멍까지 차”
지난해 11월 귀순해 한국에 정착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필요하면 (노동당) 당원 500만명만 빼고 다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리 전 참사는 지난 26일 국민일보와 만나 “김정은은 북한이 무너질 유일한 자그만 가능성은 내부 붕괴라고 생각해서 당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필요하다면 당원이 아닌 사람들은 다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의 이런 생각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난의 행군 때 김정일이 ‘당의 충실한 500만 당원만 있으면 내가 계속 혁명을 할 수 있기에 나머지는 다 죽어도 된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이 말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김정은은 북한이 무너질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내부 붕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당에 힘을 실어주고 당이 사회의 모든 걸 컨트롤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의 초기 집권 때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도 과거에 상당히 폭력적인 성격이었는데 김정은이 지금 하는 모습을 보면 김정일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김정일 때는 선군정치를 했기 때문에 군대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했지만 김정은은 ‘당의 영도를 받지 않는 군대는 필요 없다’며 당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김정일 때는 장마당도 통제하지 않고 먹고 살라고 했는데 김정은은 공포 정치, 감시·통제를 결합해서 통치하니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목구멍까지 찼다”고 설명했다.
리 전 참사는 당 중심의 정치에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든 이유가 지방의 민심 이반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며 “본래 남한 방송을 보는 평양 사람들은 당법으로 처벌이 가능했는데 지방 사람들은 당법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당법으로는 지방을 관리하기 힘들겠다고 싶어서 나온 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며 “이 법을 만들기 전에 외교관들에게 국제사회 반응이 어떨지 알아보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지난 2020년 김 위원장이 남한 문화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최소 내 옆에 있던 사람들, 비슷한 등급에 있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아들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서는 “김씨 일가와 관련된 얘기는 극비이지만, 들은 소리에 따르면 김주애보다 어린 아들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자유 조선’ 등 북한 안팎의 반체제 조직에 대해서는 “그 뒤의 실체가 (김정은의 조카인) 김한솔인데 어차피 김정은과 똑같은 김씨 일가라 북한 주민들한테 호감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쿠바통’으로 가족과 함께 지난해 11월 탈북했다. 그는 2013년 북한의 ‘청천강호’가 지대공 미사일 등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다가 적발돼 억류됐을 때 파나마에 파견돼 교섭에 성공, 김 위원장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