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절차는 티메프에 문의해라”
논란 커지자 고객보상·제휴점 정산대금 지급 결정
숙박·레저 플랫폼 야놀자가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에서 구매한 숙박 상품을 소비자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 사용 불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야놀자가 티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소비자에게 손실을 전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놀자는 입실일(연박 포함) 기준 7월 28일까지의 예약 건만 사용 가능하도록 처리하고, 29일부터의 예약 건은 직권으로 취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25일 내놨다.
취소 대상은 입실 일자가 29일 이후인 예약 건 가운데 티메프를 통해 판매된 상품이다. 현재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의심되는 티메프는 셀러들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티메프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업체들은 소비자 주문을 취소 처리하고 상품을 회수하고 있다. 야놀자의 상품 취소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취소 처리된 건에 대한 환불을 티메프로부터 받아내야 한다. 그러나 티메프의 결제·승인 취소를 대행하는 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결제 취소와 신규 결제를 모두 막은 사실이 전해지며 취소 및 환불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야놀자가 이번 사태로 입었을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야놀자가 티메프에게 받아내야 할 대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자, 상품을 취소처리하고 대금 문제를 고객에게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2022년 말 기준 티메프의 자본총계는 -882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티메프가 최종적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결제대금은 고스란히 고객 손실로 남는다. 특히 위메프의 경우 일부 고객이 환불을 받았지만, 티몬은 여전히 환불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손실 떠넘기기 의혹’은 여행·레저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대형 여행사들도 티몬에서 예약한 8월 출발 예약 건들에 대해서는 티메프에서 취소한 뒤 여행사에서 재결제할 것을 권할 방침을 세웠다. 참좋은여행은 이미 출발 예정인 티메프 상품을 모두 취소하고 여행사에서 재결제할 것을 공지했다. 반면 시몬스침대와 11번가, SPC그룹 등은 이미 판매된 상품에 대해 책임지고 사용 가능하도록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야놀자는 25일까지만 해도 피해 고객에 대한 별도 보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논란이 커지자 26일 ‘티몬·위메프 피해자 보호 방안’을 발표하고 고객 8만명의 예약대금과 제휴점의 미정산 대금 300억원을 책임지고 보상하기로 했다.
야놀자는 “제휴점의 정산 대금을 대신 지급하는 것은 여행 생태계 자체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며 “(티메프의 지급 가능성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업계 생태계를 위한 결정인 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보찬 대표는 “여행업계 선두기업으로서 고객 및 제휴점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여행업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