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학상 하승민 "멜라닌 사상적 근거는 '파시즘'…차별과 혐오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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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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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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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 하승민(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4.07.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사회가 실용성을 추구하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이 무너지고 또 정당화되고 있어요."

'제2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하승민(43)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집값을 올릴 수 있으면 사람들을 몰아내도 돼'라는 것들이 과거엔 최소한 부끄러워했지만 점점 더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간담회를 연 작가는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글을 쓰는 일이니 글로써 (사회에) 제동을 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문학상을 탄 '멜라닌'은 파란 피부로 태어난 한국·베트남 혼혈 소년이 미국 이민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상황을 겪는 성장소설이다.

피부색과 인종으로 인해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취급되는 존재가 학교 친구와 선생님, 이웃들에게 일상적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는 과정이 그려졌다.

주인공을 파란 피부로 설정한 배경에 대해 하승민은 "유전적으로 파란 피부는 없다"며 "문학에서 차별 얘기를 많이 하는데 특정한 소수집단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는 것보다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차별과 배척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별을 상징할 수 있는 하나의 대상이 피부색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아스포라 상황을 직접 겪지 않은 하승민은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 조사와 함께 인터뷰도 병행해 녹여냈다.

하승민은 "작품 속 남부연합기 에피소드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사는 노부부가 한국에 왔을 때 일주일간 동행했다"며 "가이드를 하며 인터뷰를 통해 현실성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차별과 소수자를 작품의 주제로 선정한 이유도 전했다.

그는 "멜라닌의 사상적 근거는 '파시즘'이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표를 획득하기 위한, 구심점을 확보할 수 있는 굉장히 자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너무 잘 먹혀서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도 굉장히 많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안에서 외국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그는 "핍박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표를 얻는 구조가 보이지만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역차별 대상이 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차별과 계급화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횡으로의 연대를 강조했다.

"국가와 성별 등 태어나면서 부여되는 요소들로 연대가 이뤄지면 계급사회가 고착된다. '블루 멜라닌'이라도 누군가는 기득권을 누리는 것처럼 그런 구조 대신 정말로 연대해야 할 사람들을 보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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