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도 있네…베이스캠프같은 집부터 11가족 공유하는 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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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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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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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축전시 '연결하는 집'
2000년대 이후 건축가 30팀 58채 집 통해 한국 주거문화 살펴


(과천=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직접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건축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집을 짓는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집을 짓는다. 이렇게 탄생한 집에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주거 문화가 반영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9일 개막하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다양한 '집'을 통해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살피는 전시다.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같은 대표적인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건축가, 푸하하프렌즈 같은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의 건축가 30명(팀)이 지은 58채의 단독·공동주택을 6개 소주제로 나눠 살핀다.

전시에 소개되는 주택들은 건축가가 지은 집 하면 떠오르는 연면적 100평 이상의 고급 주택이나 분당이나 판교 같은 신도시 배후의 주택단지 집이 아닌 개별 필지의 집들이다.

김광수(스튜디오케이웍스), 베이스캠프 마운틴, 2004 (김종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첫 주제인 '선언하는 집' 섹션에서는 건축가의 공간 개념과 예술적 형식이 강조되는 집들을 소개한다. 생활하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간이 주는 경험에 집중한 집들이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베이스캠프 마운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집은 정주하는 곳이 아니라 베이스캠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진 건축주 부부는 김광수 건축가에게 공사비가 2천500만원밖에 없다며 5분 안에 짐을 싸서 바로 집 밖을 나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집을 원한다고 했다. 건축가의 결론은 2.5평 비닐하우스 2개와 12평 컨테이너 박스를 결합한 카페 겸 집이었다. 2004년 완공된 이 집을 두고 건축가와 건축주는 당초 수명을 5∼7년 정도로 예상했지만 이 집은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건축주는 1년에 1∼3개월 정도 이 집에 머무르며 실제 베이스캠프처럼 집을 쓰고 있다고 한다.

박지현 조성학(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묘각형주택 2020 (노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해체되면서 집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섹션에서는 4인 가족 기준이 아닌 새로운 가족 개념에 맞춘 집을 모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묘각형주택'(박지현 조성학)은 반려동물의 삶까지도 고려한 집이다. 고양이 두 마리와 2인이 사는 오각형 평면의 이 집은 위생적인 고양이 화장실과 털을 차단하는 막힌 구조의 드레스룸, 고양이 눈높이에 맞춘 창문 등을 갖췄다. 여러 설계안 중 최종 선택은 고양이가 했다는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집은 때론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관계맺는 집' 섹션에서는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만남의 장소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집들을 살핀다. 승효상, 조민석 건축가가 참여해 잘 알려진 대전대 기숙사 건물도 이 섹션에서 '집'의 하나로 소개된다.

나은중 유소래(네임리스건축), 아홉칸집, 2017 (노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골 농가에서도 '전원주택'에서 벗어난 다양한 집짓기가 시도되고 있다. 경기도 광주의 '아홉칸집'(나은중 유소래)은 이름 그대로 방 9개가 있는 집이다. 이들 방은 모두 가로·세로 각 3.6m 크기의 정방형으로, 복도 없이 바로 연결된다.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동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 속 작은 집과 고친 집을 소개하는 섹션에서는 서울 서초동의 '얇디얇은 집'(안기현 신민재)이 눈에 띈다. 도로에 면한 폭이 2.5m에 불과하고 가로와 세로 비율이 1:10인 이 집은 이름 그대로 '얇디 얇지만'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계단과 사다리를 이용해 알차게 생활공간을 꾸몄다. 최근 영국 런던 켄싱턴 가든 내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설계해 주목받은 건축가 조민석의 첫 작품 '픽셀하우스'도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안기현 신민재(에이앤엘스튜디오), 얇디얇은 집, 2018 (이한울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이른바 '세컨드하우스'나 '한 달 살기'처럼 잠시 머무는 용도로 지어지는 집들도 많아졌다. 그중 11가족이 공유하는 제주의 '고산집'

(이창규 강정윤)은 공간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분배하는 개념으로 운영되는 집이다. 11가족은 자체 규약을 통해 구글 캘린더를 이용해 이용 날짜를 정하고 사용료를 공동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집을 공유한다.

전시는 실제 집을 보여줄 수 없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건축 전시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일반적인 건축 모형 외에도 소개된 집들의 주요한 특성을 강조해서 만든 캐리커처 모형, 해당 건축물과 관련된 자료들을 영상 콜라주 형식으로 구성한 영상, 그 집에 사는 건축주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생활 자료들도 함께 보여준다.

이창규 강정윤(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고산집, 2017 (김형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전시 기간 중 주말에는 건축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극 영화를 상영한다. 배우 구교환과 이옥섭이 공동연출하고 가수 이효리가 출연한 '사람냄새'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작 중 '아홉칸집'과 '베이스캠프 마운틴', '얇디얇은 집'의 건축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숍도 진행된다.

전시를 기획한 정다영 학예사는 "건축 전시는 대개 주로 건축가의 자료에 의존하면서 건축가의 입장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전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고자 했다"면서 "집을 짓는 사람과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공존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2일까지.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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