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타란티노의 등장? 뜨거운 여성 멜로 액션 ‘러브 라이즈 블리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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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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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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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여자 타란티노의 등장. 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자 10일 개봉하는 ‘러브 라이즈 블리딩’으로 두 번째 장편을 내놓은 감독 로즈 글래스에게 쏟아지는 헌사다.

사랑에 빠진 두 여성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 영화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초∙중기 작품이 보여줬던 거친 에너지와 비(B)급 영화의 불온하고 노골적인 정서, ‘재키 브라운’과 ‘킬 빌’, ‘데쓰 프루프’까지 이어지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담겨있다. 가장 선명한 차이는 젊은 여성감독의 시선이다. 실제 보디빌더 출신의 주연배우 케이티 오브라이언이 보여주는 근육질의 원초적인 힘은 타란티노를 포함한 남성 감독들이 강한 여성을 그릴 때 괄호 안에 담겼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가 없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30대 여성 연출자가 그리는 여성 액션이 전 세대의 고정 관념을 얼마나 사뿐히 뛰어넘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친 시골 동네의 체육관에서 일하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라스베이거스 보디빌딩 대회를 나가기 위해 운동하던 재키(케이티 오브라이언)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둘은 함께 살면서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과 잘못된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끝을 알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루와 재키는 무모할 만큼 대범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질곡에 짓눌려있는 여성들이다. 루는 남편에게 맞고 사는 언니와 불법사업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가족으로부터 모종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재키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몸을 판다. 영화가 배경으로 하는 1989년의 시골 마을은 여성을 하찮은 도구로만 쓴다는 점에서 이전 세기와 다를 바 없다. 루는 재키를 만나며 도무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현실의 탈주를 꿈꾼다. 하지만 이들이 현실에 반란을 일으키는 순간 현실 또한 가공할 힘으로 이들을 옥죈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남성의 시선으로 대상화되지 않는 두 여자 주인공과 가정 폭력 등 현실적인 여성의 이슈들이 등장하지만 명분과 의미에 매몰되지 않는, 보는 즐거움이 큰 영화다. 두 여성 간의 에로티시즘은 거침없고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분투하는 루의 동선은 긴장감이 팽팽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애드 해리스 등 영화에 끈적한 매력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이지만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으로 명성을 쌓은 미국 독립영화 제작사 에이(A)24의 대범한 시도가 요즘 영화 같지 않게 몸 사리지 않는 결과물이 나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청소년관람 불가로 국내에서는 롯데시네마에서 단독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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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화부 선임기자입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하고 영화와 드라마만큼 재밌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칼럼 '너도 늙는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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