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증세·복지 거리둔 노동당, 중도층까지 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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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6. 오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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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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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선 14년만에 야당 승리
과격한 좌파 색채 지우고
브렉시트 반대·증세 철회
고물가·공공의료 개선 약속
보수당 실정에 '분노의 심판'
극우 영국개혁당 첫 원내 입성


◆ 英 총선 노동당 압승 ◆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노동당 주도로 열린 총선 승리 기념 행사에서 신임 영국 총리인 키어 스타머 대표가 아내 빅토리아 스타머와 함께 지지자들을 만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동당이 이겼다기보다 보수당이 패배한 것이다. 새 영국 총리는 '잿더미 경제'를 물려받았다."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영국 노동당의 부활은 지난 14년간 지속된 보수당 실정에 대한 '분노의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탈유럽연합(EU) 정책인 브렉시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리 실패, 이후 줄곧 후퇴한 경제력, 코로나19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민들의 삶은 계속 피폐해져 왔다. 여기에 불법이민자 확대에 따른 치안 불안과 공공의료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사이 노동당은 2019년 총선 참패 이후 '증세와 복지'를 강조하던 좌파 색깔을 지우고 적극적으로 우클릭해 중도파를 흡수하면서 민심을 얻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당이 좌초하면서 노동당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다만 FT는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 경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선거는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 보수당이 대패한 선거"라고 일갈했다.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2010년부터 14년간 이어진 실정이 노동당에 절반(325석)을 훌쩍 넘기는 400석 이상을 쥐여 줬다는 의미다. 특히 노동당은 2017년 총선 때 지지율 40%보다 적은 약 34%를 나타냈지만 당시 262석 대비 1.5배에 달하는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조기 총선에서 지지율 40%를 얻고도 20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보수당은 내부 분열을 일으킨 데다 과거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파 신성 정당인 개혁당(15%)이 표를 가져가면서 적은 득표에도 많은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투표율이 60%에 불과했던 것도 이를 부추겼다.



무엇보다 '먹고사니즘'을 넘어서지 못했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 이후 EU와 브렉시트 협상 장기화로 경제·금융 불안에 시달렸는데, 뒤이은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2021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9.9%나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경제 쇼크를 두고 이제 가장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태연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에 역대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국채금리 폭락 사태를 일으키면서 취임 49일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기간 재무장관으로 금융 관리에 실패했던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첫 인도계'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지만 누적된 경제 불안을 치유하지는 못했다.

과거 지나친 진보 노선으로 대패했던 노동당은 2020년부터 키어 스타머 대표 체제하에서 적극적인 우클릭 정책으로 중도층을 흡수하며 1997년 418석 대승에 비견할 승리를 거뒀다.

소득세·부가가치세 인상을 금지해 대규모 증세 가능성을 철회했고 국유화 정책을 버렸으며 반애국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군대에 대한 지원 의사도 피력했다.

영국 총선에 앞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와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한 가운데 영국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도 사상 처음으로 의석을 최소 4석 확보해 원내정당이 됐다. 소선거구제인 영국 선거제도 특성상 사표가 많아 실제로 영국개혁당이 얻은 표는 전체의 14%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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