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나빴다고 하기엔…" 안전 외면한 사회가 비극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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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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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없다
제시 싱어 지음, 김승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만3000원


"그건 사고였어요."

'사고'라는 말은 어떤 불행한 사건에서 책임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일이 의도된 것이 아니며 불가항력적인 어떤 불운에 의해 일어났다는 의미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언론인이자 안전 시스템 구축 활동가인 저자 제시 싱어의 신간 '사고는 없다'는 무수히 발생하는 사고들의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원인을 파헤친다.

책이 먼저 꼬집는 것은 '사고'라는 말이 함유하는 의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1997년), 영국 의학 저널(2001년), 뉴욕 경찰국(2013년) 등 여러 기관이 '사고'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기로 한 뒤에도 여전히 이 단어가 다수의 기관과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는 주장은 모든 비의도적 손상(unintended injury)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사회가 그것에 자원을 투자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사고'로 불려왔던 현상들이 빙산의 일각처럼 복합적인 맥락에 근거했다는 주장을 과실, 조건, 낙인, 돈 등 열 가지 주제로 분류해 펼친다.

저자가 취하는 전략은 참사를 '가까이서 바라보기'다. 그는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망한 자신의 연인 이야기를 제시해 독자를 감정적으로 설득한다.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의무화되지 않은 수십 년간 추가로 돈을 내 이 옵션을 넣은 부자들만 안전했던 것, 잘못된 도로 설계로 수년 새 세 명의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잇달아 버스와 충돌해 죽은 사건 등 상세한 사례는 숫자와 뉴스로만 사건을 접해온 독자들이 참사를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참사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일에 헌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눈에 띈다. 회사 내 방사능 노출 가능성을 내부 고발한 뒤 핵 재앙 전문가로 일한 아르니 군더슨, 운전자의 과실보다 자동차 자체의 결함이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을 밝힌 랠프 네이더 등의 사례가 소개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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