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엔화 환전땐 손실… 美채권ETF 투자하는 수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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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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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수익률에도 투자 단행
환차손 완화·금리인하땐 시세차익
한은 금리 초과 투자 수익률 목표
사진=뉴시스

역대급 ‘엔저 현상’에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엔화 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에 물건을 파는 수출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엔화로 받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일본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해서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곧바로 미국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이달 들어 한때 1달러당 161.72엔까지 떨어지며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두 번에 걸쳐 일본에 상장된 미국 채권 ETF에 투자를 단행했다. 시중 펀드를 통해 2억엔(약 17억2000만원)을 먼저 투자했고, 올해 ‘물타기’ 자금을 더 넣었다. 추가로 일본 리츠 등 주기적으로 배당이 나오는 엔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저조하다. 엔·달러 환율이 치솟고, 미국 국채 가격도 지지부진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배당주 투자를 추진하는 건 엔화 값이 37년만에 최저치를 찍고 아직 반등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동국제약의 엔화 자산 매입 자금 대부분은 일본에 의약품, 화장품 등을 팔아 받은 수출대금이다. 기록적인 엔저 상황에 이를 원화로 바꾸면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엔화 표시 미국 채권에 투자하면 환차손 완화와 금리인하기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엔화 자산 투자로 대단한 이익을 얻겠다는 목적보다는 엔저가 일으킨 환차손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엔테크’를 통해 한국은행 기준금리(3.5%)를 초과하는 정도의 투자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저 장기화로 원화 환산 실적이 급감한 다른 대일본 수출 기업들도 이를 상쇄할 투자 수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수출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의 33%가 엔화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했고 ‘일본 수출 상품에 대한 수출대금 감소(56%)’를 가장 부정적인 영향으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엔화 결제 비중을 낮추고, 확보한 엔화를 활용할 방안에 대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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