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쉼 없는 감시… 아이들 웃음 지킨다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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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도내 아동학대 건수 총 7천845건
전국 2만7천971건 중 28% 달해… ‘최다’
학대 유형별 정서학대>신체학대>방임 順
男 50.9%·女 49.1% 성별 가리지 않고 발생


함께 지켜야 할 아이들,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 ② ‘우리 아이’란 생각이 학대 막는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2022년 전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만7천971건에 달한다. 경기도는 같은 해 7천845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전국 아동학대 10건 중 3건은 경기도에서 발생한다는 얘기며, 하루 20건이 넘는 아동학대가 생기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마다 수천건에 달하며 증가하고 있는 경기도내 아동학대를 31개 시·군별 특성에 따라 분석했다.

■ 경기도 아동학대, 매년 7천건↑…12~14세 가장 많아

경기알파팀이 경기도를 통해 확보한 2022년 31개 시군 지역별 발생 현황을 보면 안산이 844건으로 전체의 10.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시흥시가 622건, 수원시 617건, 부천시 578건, 화성시 524건 순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남양주가 469건, 오산 465건, 고양 370건, 용인 349건, 평택 323건, 성남 307건, 의정부 286건, 광명 274건, 안양 268건, 하남 238건, 파주 212건이다.

100건대를 보인 곳은 양주 150건, 광주 148건, 군포 116건이며, 100건 미만인 곳은 김포 97건, 동두천 89건, 구리 85건, 안성 77건, 이천 73건, 포천 60건, 여주 59건, 가평 39건, 과천 36건, 의왕 32건, 양평 24건, 연천 14건으로 나타났다.

정답은 하단에 있습니다.
아동 수 대비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오산으로, 100명당 1.15명(아동 수 4만453명, 발생 수 465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오산시의 경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확충, 내부 스터디 등을 통해 지난해에는 0.98명(발생 수 397건)까지 줄였다.

뒤를 이어 ▲안산 1.01명(아동 8만3천467명· 학대 발생 건수 844건) ▲동두천 0.75명(1만1천803명·89건) ▲시흥 0.72명(8만6천227명·622건) ▲광명 0.63명(4만3천407명·274건) 등으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별로는 정서학대가 39.3%인 3천85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 1천514건(19.3%), 방임 495건(6.3%), 성학대 123건(1.6%)으로 집계됐다. 중복학대도 2천628건(33.5%)에 달했다.

아동학대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는데, 남아가 3천993건으로 50.9%, 여아가 3천852건인 49.1%다.

연령대별로 보면 12~14세 아동들에 대한 학대가 1천926건(24.6%)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9~11세 1천828건(23.3%) ▲15~17세 1천398건(17.8%) ▲6~8세 1천250건(15.9%) ▲3~5세(11.3%) ▲0~2세(7.1%)였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지자체 예방 의지 따라… 아동학대 줄고, 늘었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021년에서 2022년으로 가면서 2천여건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22년 7천845건으로, 이는 2021년 1만218건에서 2천373건(23.2%)이 줄어든 수치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가정 밖 활동이 증가한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2021년 당시 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정에서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 일시적인 비정상적 상승세를 그렸다는 얘기다.

2021년을 제외하고 살펴보면 도내 아동학대는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로 ▲2017년 5천77건 ▲2018년 6천76건 ▲2019년 7천885건 ▲2020년 7천669건 ▲2022년 7천845건 등이다.

이 같은 아동학대 발생 건수를 시·군별로 분석해 봤다.

■ 학대 전담 인력 부족한 하남, 복지 외면에 학대 ↑

먼저 하남시는 지난 2021년 131건에서 2022년 238건으로 107건이 증가, 31개 시·군 중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는 하남시의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남시는 타 시·군에 비해 개발이 늦게 이뤄지고 있어 전반적인 정책 자체가 복지보다는 도시 개발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복지 정책에서는 주로 타 시·군보다 늦게 추진되면서, 아동보호팀도 타 시·군이 2021년 관련 팀을 만든 것과 달리 2022년이 돼서야 팀을 만들었고, 인력 또한 단 2명만 배치됐다.

부족한 인력 탓에 하남시에서는 학대전담 공무원이 1인당 110건의 사례 조사를 맡고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 권고치(50건)의 2배 이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팀장까지 모든 직원이 조사 업무에 투입됐고, 조사 자체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자체적인 아동 학대 예방 사업이 전무하다.

학대 피해 아동을 지원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역시 하남시는 올해 4월에서야 만들었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 학대 판단율 높아서 학대 건수 많다는 남양주시…전문가들은 ‘글쎄’

남양주시는 2021년 429건이던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469건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는 발생 건수 증가가 학대의 증가라기 보다 학대 판단에서의 전문성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2021년 3월 아동보호팀을 신설하면서 아동학대 판단 기준을 명확히 알고 있는 아보전 직원 출신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덕에 판단율 자체가 높은 것이라는 게 남양주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남양주시는 자신들과 동일하게 9명의 전담공무원을 보유한 타 지자체를 예로 들었다. 수원시(2021년 66.3%, 2022년 63.8%)와 성남시(58.4%, 53.9%)에 비해 남양주시의 판단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석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남양주시의 판단율은 2021년 80.8%에서 2022년 77.2%로 오히려 줄어든 만큼 학대 건수 증가의 원인을 판단율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정확한 아동학대에 대한 분석이 안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분석이 있어야 이후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 평택‧동두천‧과천, 아동학대 늘었지만…자체 노력 없어

반면 소폭이지만 전년 대비 2022년 학대 발생 건수가 증가한 평택시, 동두천시, 과천시는 모두 아동학대 예방 관련 자체적 노력이 없는 상황이다. 평택시는 시는 2021년 8월 말 아동보호팀을 신설, 전담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거쳐 12월이 돼서야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2021년 아동학대 예방 관련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 물론 2022년 예방 사업 계획 자체를 설립한 시간이 없던 셈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긴 했지만, 이 역시 단기적 사업일 뿐, 실질적인 효과는 내지 못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아동학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동두천시의 경우 자체적인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없다. 또한 독립된 아보전도 없는 상황이다. 소도시인데다 아동 수가 적어 단독 운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동두천시의 설명이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2022년 유치원 등 집단생활시설 5곳에서 신고가 들어오면서 학대 발생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시는 2021년 중순부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제도를 도입해 아동학대 업무를 계속 해왔으나, 별도의 전담팀을 만든 것이 아닌 기존 아동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부서에 전담공무원 2명을 배치하면서 업무가 과중해진 상황이다.

전담공무원들이 아동학대 조사 업무와 함께 부서의 업무도 병행해야 해 사실상 학대 예방 사업을 벌이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학대 예방 정성 쏟자…줄어든 ‘아동학대’

그런가 안산시와 고양시의 경우 아동학대 전담팀을 통해 학대 예방 사업에 매진하면서 학대 건수가 줄어들었다.

안산시는 2020년 9월 아동학대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아동보호팀이 신설되기 이전부터 아동학대 예방기관 및 전담공무원 배치에 대한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아동보호팀을 만들었고, 같은 해 8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18명까지 늘렸다.

이런 노력 끝에 2021년 당시 844건이었던 아동학대는 2022년 164건으로 80.6% 감소했다.

특히 안산시는 올해 1월1일부터 더욱 강화된 아동학대 예방 대응 체계를 만들기 위해 아동학대대응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아동보호팀에선 공동생활가정 지원 및 보호 아동 관리 등의 업무를, 아동학대대응팀은 아동학대 조사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이원화시킨 것이다. 아동보호팀에는 7명의 아동보호전담요원, 아동학대대응팀에는 16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돼 있다.

고양시 또한 2021년 604건이던 아동학대 발생 건수를 2022년 370건으로 줄였다.

고양시의 경우 2021년 3월 전담공무원 제도를 도입할 당시 2명 뿐이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5개월 만에 7명까지 늘렸다. 이에 1인당 담당 사건 수도 100건에서 50건 수준으로 적어졌다.

고양시 관계자는 “인력이 충원되고 아보전과의 업무도 분리되면서 아동학대 예방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인력 충원 등 적극적인 아동학대 예방 조치로 발생 건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아동학대를 들여다보면 예방사업도 다양해지고, 결국 시민들의 인식 역시 확산될 수 밖에 없다”며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아동학대 근절에 집중하면서 시민단체나 관련 기관등과 힘을 합하면 마치 피라미드 형태처럼 아동학대 감소로 이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우리 아이’란 생각이 학대 막는다
최근 오산시청 아동보호팀이 상담실에서 '멘토-멘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대현기자

“아동학대는 분명히 막을 수 있습니다. 머리를 맞대니 답이 보였습니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 오산시 아동보호팀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지닌 박태훈 주무관은 현장 조사를 마친 뒤 집이 아닌 오산시청으로 향했다.

이미 모두가 퇴근해 불꺼진 시청 건물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힌 한 곳. 바로 오산시 아동보호팀이다.

“내 자식 내 맘대로 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야!”

아동보호팀 상담실이 가까워지자 이내 사무실 안에서 고성이 새어 나온다. 소리치는 이들도, 이를 대응하는 이들도 모두 공무원. 다름 아닌 오산시 아동보호팀의 학대 예방 스터디 현장이다. 박 주무관은 현장 상황을 재현하며 팀원들에게 조사 현장에서의 대응 방법을 알려주기 바빴다.

이들이 늦은 밤까지 스스로 사무실에 남아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하나, ‘노력하면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는 경험 때문이다.

오산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이른 2021년 1월 아동보호팀을 신설했다. 쉼터도 남·여아 별도로 설치해 더 많은 아이들이 즉각적으로 학대가정에서 분리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 뿐 아니라 현장 공무원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2021년 660건이던 아동학대를 2022년 465건으로 20% 가량 줄였다.

이후 지난해부터는 아동학대 스터디도 시작했다. 서로 머리를 맞대 학대 예방 방안을 찾고, 현장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22년 465건에서 지난해 397건으로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오산시 뿐이 아니다.

김포시 아동보호팀은 2021년 8월 아동보호팀을 신설했고, 2명에서 출발한 아동보호팀을 2022년 3명으로, 지난해 5명으로 늘렸다.

또한 김포지역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교육에 나섰다. 어디까지를 아동학대로 판단해야 할 지 몰라 신고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한 조치였다.

교육의 성과는 톡톡했다.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던 중 나눈 ‘너 정말 아빠가 집 나가라고 했어?’라는 말을 흘려 듣지 않은 이웃의 신고로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한 사례도 생겼다.

그리고 김포시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21년 434건에서 97건으로 약 77%가 감소했다.

아동보호팀에서 근무 중인 이석민 주무관은 새벽에도 머리 맡에 휴대전화를 두고 잠을 청하며 24시간 출동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성과를 체감한 이상 힘듦보다는 보람이 크다고 했다.

이 주무관은 “밤에 걸려오는 전화라도 어떤 아이에게는 간절한 SOS일 수 있다”며 “얼마 전 학대 의심신고를 받고 분리조치했던 아이가 건강하게 웃는 얼굴로 학교가는 모습을 우연히 볼 때 느끼는 안도감과 보람이 오히려 더 크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남의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는다면 아동학대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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