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밭·도로 多 잠겼다… 물바다에 ‘망연자실’ [수도권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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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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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망치고 식당 무너지고... 이틀째 내린 폭우에 피해 속출
14시간동안 도내 신고만 7천건... 물폭탄 덮친 경기도 전쟁터 방불


경기지역에 폭우가 계속된 18일 새벽 산사태와 함께 옹벽이 무너진 양주시 백석읍 가산리 한 주택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다. 윤원규기자

“새벽부터 떨어진 물폭탄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

18일 오전 9시30분께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 양쪽에 카센터를 두고 한 가운데에 호수처럼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긴 이곳엔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침수된 차량 3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변 상인들은 물이 빠질 때까지 나오지 못하고 물웅덩이를 하염없이 바라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곳 바로 건너편 사업장에선 작업 중인 중국인 노동자 등 6명이 쏟아진 빗물로 갇혀있었다. 사업장 1층과 밖에 내놓았던 자재는 완전히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으며 차량 5~6대가 윗 부분만 겨우 드러낸 채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소방당국은 갇혀 있던 노동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한 뒤 구조보트를 이용해 이들을 탈출시켰다.

이날 수마가 할퀴고 간 파주 DMZ(비무장지대)내 대성동마을의 논은 처참했다. 이곳 마을 180여명의 주민들은 약 496만㎡(150만평) 규모의 벼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하루 아침에 쏟아진 폭우에 희망을 빼긴 것. 김동구 이장은 “물이 빠지지 않아 지하로 흡수되길 기다리는 천수답 신세가 됐다”며 “유일한 생계수단인 벼농사를 완전히 망쳤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고양특례시 일산서구의 한 콩밭과 논도 물폭탄에 모습을 완전히 감췄다. 33㎡(10여평)의 콩밭은 물에 완전히 잠겨 콩잎만 겨우 보이는 수준이었으며 이곳 주민들은 물을 퍼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또한 김포시 양촌읍 유현리의 논밭 역시 흙탕물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곳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손정숙씨(90)는 “지대가 낮은 곳으로 물이 계속해서 들어와 혼자 퍼낼 수도 없다”며 “할 수 있는 건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 오늘 밤도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불안해서 잠도 못 잘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의 근린생활시설 공사장에선 옹벽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인근 식당을 덮치기도 했다. 힘 없이 무너진 공사블럭은 나뒹굴고 있었으며 바닥은 질퍽한 진흙으로 뒤덮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경기남부지역도 물 바다가 된 상황이었다. 오전 7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도로 곳곳은 물에 잠겨 있었으며 차량은 물살을 가르며 비상등을 킨 채 아슬아슬하게 주행하고 있었다.

광명시 철산동의 안양천은 수위가 산책로까지 높아졌으며 거센 물길이 형성되기도 했다. 또한 용인특례시 기흥구 고매동의 한 도로에서 마을버스가 침수돼 승객들이 긴급하게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밤 12시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14시간동안 접수된 호우 관련 119 신고 건수는 총 7천39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같은 시간 기준으로 접수된 신고 건수 3천789건과 비교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에 도 소방재난본부는 오전 7시30분을 기해 1단계를 유지하던 비상 발령을 가장 높은 3단계로 격상해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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