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위로금 요구에 명예훼손까지…기업경영 힘들어” [한양경제]

입력
수정2024.07.18. 오후 12:02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티케이케미칼, 작년 ‘한달, 3일 물량’ 일하고 월급 지급
“노조, ‘7년치 위로금 달라’ 몽니”…해고자들, 소송.집회에 사측, 명예훼손 고소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화학섬유 소재 기업 티케이케미칼 구미공장 전경. 티케이케미칼 제공

#1.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SM그룹 신촌사옥 앞. 엠프에서는 노동가요가 요란스럽게 흘러나오고 주변으로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티케이케미칼 해고자들이 모회사인 SM그룹을 찾아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차원의 집회였다. 이날만 사흘째 이어진 집회였다. 해고자들은 피켓에 ‘3천억 재단기부 SM그룹 회장의 웃음 뒤에 209명 무일푼 해고자들 피눈물 난다’고 적었다. 또 ‘한푼도 없는 정리해고는 사형선고와 같다’는 문구도 적시했다.

화학섬유 소재 기업 티케이케미칼이 지난해 8월 폴리에스터사업(폴리사업부)을 접으며 사업부 소속 직원 209명을 정리해고한 이후 1년 가까이 거액의 위로금 지급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갈등은 지난해 정리해고 당시 해고 위로금 액수 협상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동조합은 ‘85개월분(7년1개월)’ 해고 위로금을 요구했다. 사측은 위로금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이견을 보였다.

결국 해고자 대책위원회는 ‘무일푼 정리해고’라고 경영진과 사측을 비난하며 집회를 잇달아 벌이고 있고, 사측은 ‘무일푼 해고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형사고소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해고자들이 제기한 노동위원회 심판결과 판정서 등에 따르면 노조 측은 당초 해고자 위로금으로 ‘통상임금 85개월분’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사측은 ‘28개월분’ 지급을 제시했다. 이후 조정 과정에서 사측이 35개월분 위로금 지급안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노조는 35개월분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경영 압박이 커졌던 사측은 28개월분을 제시하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그러자 해고자 측은 회사가 양보안으로 제시했던 35개월분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희망퇴직 접수를 한 회사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이미 희망퇴직한 해고자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동수 티케이케미칼 대표는 “회사가 오죽하면 생산라인 일부를 접고 정리해고를 택했겠느냐”면서 “해고자들은 7년치 위로금을 달라고 몽니를 부리며 매일 시위를 하는데 209명 위로금을 다 주면 수백억원인데 회사는 폐업을 하고 경기 한파에 회사 운영을 결국 접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과도한 위로금 요구’에 대해 티케이케미칼 폴리해고자대책위 관계자는 “85개월치 위로금을 제시한 것은 당시 노조위원장이 한 것이고, 노조원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서 “사후에 85개월치 위로금을 제시했다는 점을 알았고 우리도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티케이케미칼의 정리해고는 경영난에서 비롯됐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갈수록 나빠졌다.

SM그룹은 지난 2008년 화학섬유 전문기업인 동국무역을 인수했다. 이후 15년간 1천900억원을 신규 투자하며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사업부문 폐지 대상이 됐던 폴리사업부 사정은 최근 악화됐다.

티케이케미칼 관계자는 “섬유사업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자 건설업을 추가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폴리사업부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며 “2013년 8893톤에 달했던 월간 생산량은 2020년에는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763톤으로 떨어졌지만 인력 감축은 단 한 명도 하지 않고 버텨 왔다”고 말했다.

실제 티케이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4천163억여원으로 2021년 6천939억원여원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5억원 흑자에서 3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사업부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해직자들은 사측이 부당해고를 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노동위는 “사측의 해고 조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SM그룹 신촌사옥 앞에 해고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만든 정리해고 항의 피켓이 서있다.

회사와 해고자들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사측은 해고자 대책위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대책위는 법적 소송 수순을 밟으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쟁점이 된 해고 위로금과 관련해 티케이케미칼은 “해직자들에게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해 25차례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정퇴직금과 휴업수당을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했음에도 해직자들이 ‘무일푼’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 관계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티케이케미칼은 지난달 해고자 2명에 이어 추가 1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17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회사는 고소장에서 “피고소인(해직자)들이 지속적으로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며 그룹 경영진에 대한 명예까지 실추시켰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의 주장들로 인해 사회적 비난과 영업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직자들은 대전지방법원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2월부터 국회와 서울 강서구 SM그룹 연구개발센터 등에서 ‘악랄한 SM그룹 티케이케미칼’, ‘기업사냥꾼 SM그룹 회장은 자폭하라’ 등 비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조의 단체행동 과정에서 나온 사측에 대한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실제 대법원은 2019년 ‘부당해고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며 시위한 택시회사 해직자 A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해고자 대책위 관계자는 “피땀 흘려가며 일해온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정리해고하면서도 그룹 오너는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할 수밖에 없어 쓴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하는 현실이 억울하다. 회사의 하루 생산량이 한 달 기준으로 3일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해고자들은 계속해서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어느 경영인이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