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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하트 재단이 주관한 제4회 스타벅스 그림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동연 작가. 신진욱기자 |
김동연 작가(27)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다.
지난달 하트-하트재단이 주관한 제4회 스타벅스 그림 공모전에서 ‘친구와 함께하는 연주회’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다.
이 공모전에는 청년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311점이 출품됐다.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동물이 서로 차별하지 않고 어울려 한 곡을 연주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다고 평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언어성 및 비언어성 의사소통의 장애, 같은 행동의 반복,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각각의 문제 행동이 광범위하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스펙트럼 장애로 불린다.
김 작가와의 대화는 쉽지 않았다.
그는 시각적인 자극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청각 자극에는 반응이 늦고 언어 표현이 힘들다.
일반적인 대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에 대해 묻자 그림에 등장하는 친구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지휘자는 다람쥐,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기린, 트럼펫을 부는 건 강아지예요.”
김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채 1년이 안 돼 공모전에서 깜짝 대상을 받았다.
그림을 시작한 건 고양시장애인복지관이 4년째 운영하는 ‘상상미술’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작품은 상상미술 시간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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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작가가 상상미술 프로그램에서 ‘친구와 함께하는 연주회’를 그리고 있다. 고양시장애인복지관 제공 |
이 프로그램이 있는 매주 화요일, 그는 회사 근무를 마치고 원당 집을 출발해 탄현동에 있는 복지관까지 고양시를 동서로 횡단한다.
그는 고양시 벽제동에 있는 소울베이커리의 정직원이다. 우리밀과 유기농 재료로 빵과 쿠키를 만드는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이곳에 2018년 훈련생으로 입사해 2020년에 정직원이 됐고 현재 포장실에서 근무한다.
토요일에는 친구의 개인화실에서 몇몇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린다.
그가 건넨 명함 뒷면에는 ‘꿈에 만난 고래’라는 또 다른 작품이 담겨 있다.
머리에 해바리기를 꽂은 날개 달린 사람이 고래를 꼭 껴안고 파란 하늘을 날고 있다.
김 작가는 그 사람이 ‘아줌마’라고 했지만 기자의 눈에는 그의 어머니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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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 ‘친구와 함께하는 연주회’(왼쪽)와 ‘꿈에 만난 고래’. 본인 제공 |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는 성격이 급한 그가 화장실도 가지 않고 2시간 내내 몰입해 그림만 그리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기호와 도형에 집착했고 전 세계 국기를 외우고 무지개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그림으로 상까지 받고 작가로 불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대화가 아닌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