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오브제로 재탄생한 ‘공예’의 면모…구하우스 미술관 ‘L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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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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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세 作 ‘잡묘상’. 구하우스 미술관 제공

실용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재탄생한 ‘공예’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숙련된 기술과 장인정신에 미학적 요소를 입혀 예술 표현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은 현대공예가 이근세(금속공예), 이헌정(도자), 허명욱(옻칠) 작가의 ‘오브제’ 작품 15점을 모아 2024 공예주간 특별전 ‘Layers’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을 통해 양평 지역을 하나의 작은 공예 클러스터로 연결하는 ‘구하우스미술관 손가락 공예산책’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물질과 시간의 층위를 쌓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허명욱 작가는 켜켜이 옻칠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아톰 형상의 오브제를 선보인다. 1년 내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옻칠을 쌓아 만든 작품은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아톰 투구를 쓴 소년의 모습을 한 ‘Astro Boy’는 작가의 분신이자 유년시절의 정체성이다. 허 작가는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원하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이헌정 作 ‘섬’. 구하우스 미술관 제공

특히 이헌정 작가는 가마 안에서 일어나는 ‘요변’의 우연성을 수용했다. 예상치 못한 표면의 갈라짐, 겹쳐 발라진 유약이 흘러내리며 만들어 낸 색상의 변화를 활용하는 식이다. 여러 개의 큰 덩어리로 이뤄진 작품 ‘섬’은 사회에서 따로, 또 같이 공존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형상화했는데, 다양하게 쓰인 유약의 색채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인간사를 보여준다.

이 작가는 비율, 질감,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 자유분방한 인물 조각도 선보인다. 머리에서 꽃이 피어난 채 행복한 생각에 잠긴 듯한 ‘꽃을 생각하는 남자’는 야외 전시장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관람객들에게 유희를 선사한다.

구하우스 미술관의 2024 공예주간 특별전 ‘Layers’ 전경. 구하우스 미술관 제공

‘우리 시대의 대장장이’로 불리는 이근세 작가는 사람과 그 주위를 둘러싼 대상을 꾸준히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가 만들어 내는 동물 형태의 작품은 소박하고 친근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탐구하는 시대 의식을 보여준다.

이에 이번 전시에선 ‘사람’과 ‘길고양이’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잡묘상(雜猫像)’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는 작품을 통해 오랜 세월 사람의 생활과 문화에 깊숙이 들어온 고양이와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해리 선임학예사는 “망치로 금속을 끊임없이 두드려 형태를 빚는 ‘단조’, ‘옻칠’ 등 공예는 창작의 여정을 중시하는 예술 분야”라며 “경기도 출신의 작가 3명이 공예적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적, 개념적 언어로 스토리와 철학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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