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라임사태 후: 끝나지 않은 사모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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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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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사모펀드 논란 풀스토리
KB증권 불완전판매의 진실 1편
라임펀드서 시작한 환매 중단
연이은 환매 중단에 시장 휘청
불법 온상이던 사모펀드 운용사
불완전판매 서슴지 않은 증권사
사모펀드 사태 후 5년 지났지만
피해 복구 못한 투자자들 숱해
불완전판매 논란 휩싸인 KB증권
사모펀드 피해자 단체소송 준비
사모펀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2019년 라임펀드에서 시작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남긴 상처는 깊고 진하다. 피해규모는 5조159억원, 피해자는 1만3176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숱하다. 돌려받은 돈은 피해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분쟁 건수도 40%가 넘는다.

# 이런 상황에서 한 법무법인이 '사모펀드를 불완전하게 판매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복잡한 사모펀드 논란에 중요한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더스쿠프가 'KB증권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진실'을 세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KB증권이 투자에게 보낸 문건을 단독입수해 불완전판매 논란의 전말도 살폈다. 첫번째 편이다.

2019년 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국내 투자업계가 휘청였다.[사진=뉴시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9년. 국내 사모펀드 시장을 뒤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그해 10월 라임펀드에서 시작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지금까지 여진餘震이 이어지고 있다.

옵티머스(2020년)·독일 헤리티지(2019년)·디스커버리(2019년)·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2020년)까지 전이된 이 사태의 원인은 모럴해저드였다. 사모펀드를 운용한 업체들(자산운용사)은 방만했고,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다.

[※참고: 펀드 환매還買는 투자자에게 판매했던 펀드를 운용사가 되사들이는 것이다. 사모펀드 환매가 중단됐다는 건 사실상 펀드가 파산했다는 의미다. 2019년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에서 시작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피해 규모는 5조159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 검사 결과'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는 말 그대로 불법의 온상이었다. 이들은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의 사익추구 등 갖가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자산운용사만이 아니었다. 사모펀드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도 불법과 편법 위에서 춤을 췄다. 금감원 조사에서 사모펀드를 '불완전하게' 판매한 정황이 하나둘씩 밝혀졌다.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확인하지 않은 건 예삿일이었다. 투자성향이 사모펀드 가입에 적합하지 않아 전산처리 과정에서 막히자 투자자의 성향을 마음대로 변경해 사모펀드에 가입시키기도 했다.

초고위험상품을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해 펀드 가입을 권유한 일은 다반사였다. 심지어 사모펀드를 일선에서 판매한 직원들이 "초고위험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증권사들은 이를 묵살했다.

이 때문인지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기재하지 않은 상품설명서(요약제안서)들이 난무했다. 증권사들이 고객 자산의 안전성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사모펀드를 팔아치우는 데만 급급했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2019년 시작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는 예고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당시)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7월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총 5조159억원. 라임 펀드가 1조53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옵티머스(5084억원), 독일 헤리티지(4772억원), 피델리스(3445억원), 디스커버리(261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는 총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금액의 47.5%인 2조3838억원만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와 금융회사가 산정한 배상액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절반 이상의 피해 금액은 아직까지 보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의 분쟁조정 건이 모두 해결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 3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사모펀드 분쟁조정 민원 건수는 2604건. 이중 아직 처리되지 않은 분쟁조건 건수는 1055건(40.5%)에 이른다. 사모펀드 분쟁조정 10건 중 4건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2019년 터졌던 환매 중단사태를 둘러싼 분쟁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피해자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모펀드 사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덴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사안이 매우 복잡하다. 사모펀드가 여러 단계를 거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종류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2019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사모펀드의 종류는 라임펀드·옵티머스펀드·알펜루트·팝펀딩 등 10개가 넘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분쟁조정 건은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사모펀드 종류가 워낙 많고, 사안이 복잡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논란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증권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상품 가입 당시 설명 과정을 녹음한 녹취록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정부가 사모펀드 판매 관련 대책을 내놓은 2021년 이전에는 손실 위험이 큰 '투자상품'을 팔 때도 판매·계약 과정을 녹취할 의무가 없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두고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투자자와 "설명의무를 지켰다"는 증권사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가 증권사의 불완전판매로 손실을 봤더라도 이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사모펀드 불완전·사기 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은 주요 증권사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법무법인이 2019년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소송은 복잡한 사모펀드 논란을 푸는 데 '하나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함의가 있다.



논란의 사건은 2019년 KB증권이 판매한 '라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호텔 개발 메자닌 대출 사모펀드'다.[※참고: 메자닌은 건물의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메자닌 투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후순위채권 등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을 뜻한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별의 이성우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관련 펀드의 피해자를 20명가량 모집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법인투자자도 피해를 봤다. 피해규모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 다함께 피해 대응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으로 불완전판매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도대체 KB증권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질문의 답은 'KB증권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진실' 2편에서 풀어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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