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4대 지표 분석 : 대한민국에 소멸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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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24.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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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한민국 문화혈관 복구 프로젝트
제2편 소멸 경고하는 수많은 지표
228곳 중 130곳이 소멸 위험
재생잠재력 따져봐도 소멸 중
어떤 관점에서 봐도 소멸 위기
백약이 무효했던 균형 정책
지방 경쟁력 꺾이기만 해
새로운 대안과 정책 시급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멸위험지수, K-지방소멸지수. 지역재생잠재력지수, 행안부 지정 인구감소지역…. 우리나라의 소멸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다. 관점이 다르고 측정 방식도 다르지만, 의의는 비슷하다. 대한민국 지방이 점점 소멸하고 있다.

# 지방이 소멸하면 우리의 고향이 사라진다. 국토와 인재를 널리 활용할 수도 없다.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도 문제가 된다. 집값은 폭등하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다. 소멸을 늦추는 총력전을 벌여야 할 때인데, 쏟아진 정책은 묘수가 되지 못했다. 대안은 없을까. 더스쿠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국의 지방은 소멸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의외로 체감하는 이들이 적다. 비非수도권 인구(2531만1064명)가 수도권 인구(2601만4265명)보다 적은 탓이다. 

수도권에선 이리 봐도 사람, 저리 봐도 사람이다. 인구가 왜 소멸하고 있다는 건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붐비고 활기찼던 동네가 슬럼화하는 풍경은 관광지에서도 찾기 어렵다. 소멸을 체감하는 건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국면에서 진짜 위기가 온다는 점이다. 눈앞까지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든 사회든 이를 '먼 일'로 치부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금 지방소멸 위기가 그런 상황이다. 대체 어느 정도일까. 그 위기를 수치화해 보자. 

■ 소멸의 수치화➊ 마스다 산식 = 한국엔 소멸 위험성을 알리는 여러 숫자와 통계가 있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소멸위험지수'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인구절벽(소비가 정점에 이르는 연령대인 45~49세의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을 마주한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가 고안했다. 계산하는 법은 매우 쉽다. 20~39살 여성 인구수를 65살 이상 인구수로 나누면 된다. 

젊은 여성인구가 고령인구보다 적으면 소멸 가능성이 높을 거란 건데, 이는 출산율과 이어진 개념이다. "젊은 여성이 많은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늘어난다"는 거다(마스다 산식).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위험의 정도는 지수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한다. ▲소멸위험 낮음(1.5 이상), ▲소멸위험 보통(1.0~1.5), ▲소멸위험 주의(0.5~1.0), ▲소멸위험 진입(0.2~0.5), ▲소멸 고위험(0.2 미만) 등이다. 마스다 히로야는 0.5 아래부터 '소멸위험 지역'으로 봤다. 드라마틱한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소멸을 피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지수를 우리나라 지역에 대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답은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기초지자체 228곳 중 130곳(올해 3월 기준ㆍ고용정보원 분석)이 '소멸위험 지역'이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57.0%에 이른다. 22년 전인 2002년엔 소멸위험 지역이 4곳뿐이었는데,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더니 2023년에 절반을 넘어섰고, 올해는 비중이 더 커졌다.

전체 기초지자체의 소멸위험지수 평균은 0.615였지만, 6년 전인 2018년엔 0.91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수 전체 평균이 0.5를 밑도는 '소멸위험 국가'에 진입하는 건 현재로선 수순手順이다. 

"대도시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지수가 0.5를 밑돈 위험지역은 8곳(47.1%)이나 됐다. 이중 전남과 경북, 강원, 전북 등 4곳은 소멸위험지수 값이 0.4 미만을 기록했는데, 0.329에 그친 전남이 가장 낮았다. 

부산은 광역시 중에서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부산시 전체 인구는 329만명인데, 65세 이상 인구는 23.0%에 달했고 20~39세 여성인구는 11.3%에 그쳤다. 소멸위험지수 값은 0.490였다. 소멸 위험이 쇠락한 시골마을에서만 관측되는 건 아니란 얘기다. 

20~30대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고위험지역은 57곳으로 전체 기초지자체 228곳 중 25.0%를 차지했다. 고위험지역 중에는 기존의 군郡뿐만 아니라, 경북 상주시나 문경시, 경남 밀양시와 같은 시 지역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노인 10명당 젊은 여성 인구가 2명이 안 될 정도로 균형이 깨져 있는 지역이 도처에 널려있단 거다. 

이 지수를 분석한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꼬집었다. "사람들에게 '지역소멸'이란 말을 던지면, 텅 빈 농어촌 마을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이런 협소한 개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지방소멸을 지역의 위기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폭넓게 전환해야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소멸위험지수가 소멸 위기를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통계라고 보긴 어렵다. 젊은 여성 인구수에서 고령 인구수를 기계적으로 나눈 산식은 지나치게 단순한 측면이 있다. 출산가능인구가 많더라도 둘째 이상 낳는 비율이 낮으면 향후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본 학자가 만든 계산법인 만큼 한국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여성이 많은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증가한다"는 마스다 산식의 전제가 성립하기 어렵다. 젊은 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에서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되레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령, 젊은 여성이 많이 사는 서울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낮았다. 

■ 소멸의 수치화➋ 한국형 산식 = 그렇다면 마스다 산식의 한계를 보완할 한국형 지수는 없을까. 있다. 산업연구원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다. 단순히 인구가 어떤 비중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따지기보단 ▲1인당 연구개발비, ▲산업다양성, ▲지식산업 산업체, ▲종사자 수, ▲1인당 소득수준, ▲인구 증감률 등 6개 경제 지표를 척도로 삼았다. 이들 지표를 측정해 전국 평균을 '1'로 두고 비교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했다. 

분석을 진행한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재생력만을 고려한 마스다의 지방소멸지수는 전체적으로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면서 "지방소멸은 인구의 지역 간 이동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인구 이동은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새 지수를 만들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지방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이 지표에선 한국의 지방소멸은 다른 양상을 보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K-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228곳 중 소멸위기에 직면한 지역이 총 59곳이었다. 절반(130곳)을 넘어섰던 마스다 소멸지수보단 긍정적인 결과였지만, 이는 상대적인 평가일 뿐이다. 

소멸위기 전 단계인 소멸선제대응 단계, 이를테면 소멸위기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57곳이었다. 당장 소멸 위기에 놓여있거나 곧 소멸 위기가 닥칠 지역이 116곳에 달한다는 얘기다. 극적인 반전이 아니면 소멸을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마스다 소멸지수와 다를 바 없다. 

■소멸의 수치화➌ 잠재력 산식 = 소멸 위기를 다른 관점에서 측정한 국내 지표는 또 있다. 바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지역재생잠재력지수'다. 이 지수는 지역에서 인구를 늘릴 만한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인구 비율(가임 여성 인구를 총 여성 인구로 나눈 비율) 대비 2자녀 이상 출생률(2자녀 이상 출생아를 총 출생아로 나눈 비율)로 산출한다. 노인 인구 비율과 관계없이 해당 지역에서 둘째 이상 낳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따지는 방식으로 지수가 1 이상이면 지역에서 인구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언급했듯 마스다의 소멸지수는 출산가능인구가 많더라도 둘째 이상 낳는 비율이 낮으면 향후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표다. 지역의 육아 인프라를 평가할 수도 있다. 둘째 이상 낳는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지역 사회를 믿고 육아에 전념할 만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지표를 고안한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에서 둘째 이상 자녀가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육아ㆍ보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역재생잠재력지수 분석에선 소멸 위기를 극복할 희망의 실마리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마스다 소멸지수나 K-지방소멸지수와 결괏값이 다른 지표는 있었다. 군 지역이 소멸 위기에 놓인 경우가 많았던 두 지수와 달리 평균 지수가 높고 지수가 2 이상인 상위 지역은 모두 군 지역이었다. 상위 50곳 가운데 47곳이 군 지역으로 집계됐고, 나머지 3곳 역시 문경ㆍ김제ㆍ영주시 등 도ㆍ농복합시였다. 대도시는 한곳도 없었다. 

송미령 연구위원은 "빈집만 늘어날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군 지역은 의외로 인구를 늘릴 만한 잠재력이 훌륭하다"면서 "특히 농촌 지역의 가임기 여성이 도시보다 수적으로는 적지만 결혼을 하고 나면 도시보다 자녀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구 증가 잠재력 측면에선 지방이 도시보다 높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이런 분석이 무색하게 군 지역에서의 인구 감소세는 너무나 뚜렷하다. 연구진은 이런 모순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농촌에서 도시보다 아이를 많이 낳더라도 그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해 아이들의 학령이 높아질수록 농촌을 떠난다."

이렇게 지역재생잠재력지수가 역설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긴 했지만, 맥락 자체는 나머지 두 지표와 다를 게 없다. 지수 평균값이 1 이하로 미래 인구의 재생력 측면에서 위기를 맞은 지역은 기초지자체 228곳 중 84곳(36.8%)에 달했다. 어떤 산식으로 통계를 내더라도 우리나라의 상당수 지역이 '소멸 위기'에 진입한 상황이란 얘기다. 

이 때문인지 국가가 공인한 소멸위기 지역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지자체 중 일부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다. 행안부는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 등을 활용했다. 

이를 종합한 '인구감소지수'를 근거로 전국 지자체 중 89개 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에 선정했다. 우리나라 전체 지자체 중 39.0%가 인구 급감으로 소멸위기에 놓여있고, 체계적인 행정ㆍ재정적 지원이 불가피하단 뜻이다. 여기에 인구감소지역을 제외한 지자체 중 인구감소지수가 악화한 18개 관심지역을 추가로 선정했다. 

정부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지자체는 무려 107개에 달했다. 이쯤 되면 연간 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이 확실시되는 우리나라엔 '소멸 안전지대'는 없다. 문제는 역대 정부가 "지방을 살리겠다"면서 숱한 정책을 쏟아냈는데도 '소멸 위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거다.

저출생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고 외쳤지만 끝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 셈이다. 혹시 진단과 방법론이 어긋난 건 아닐까. 이 문제는 '지역 소멸과 소생: 컬처노믹스란 열쇠' 두번째 편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mail protected]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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