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 마법사는 인싸 [책이 된 웹소설 :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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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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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과 공식 이용하는 대신
처세술 닦아 강해지는 마법사
수식과 공식을 이용하는 대신 신비한 존재와 계약하는 마법사들이 있다.[사진=펙셀]


한때 한국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마법사들은 십중팔구 '서클(Circle)마법'을 사용했다. 1서클부터 9서클까지 등급을 나눈 다음, 그 등급마다 쓸 수 있는 각각의 마법이 있었다. 이를테면 1서클 마법사는 '매직 미사일'을, 3서클 마법사는 '파이어볼'을 쓰는 식이다. '서클마법'은 능력치를 정해놓은 숫자가 올라갈수록 더 강한 마법을 쓴다는 직관적 요소 덕분인지 순식간에 판타지 소설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웹소설 시대에 들어오며 천편일률적인 모습은 많이 줄어들었다. 직관성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다양한 마법이 등장하며 독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작품에서 마법사는 연구자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떤 마법사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 끝에 마법과 세상의 본질을 파악한다. 또 어떤 마법사는 깊이 있는 수련과 성찰을 통해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수도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mayve 작가의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는 독특한 마법 설정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다만 방향성이 다르다. 다른 작품의 마법사가 도서관에서 연구, 내지는 기암절벽 위에서 수련한다면, 이 작품 속 마법사들은 '인싸'다.

작품은 한국인 '곽재한'이 중세 판타지풍 세계에 '이안'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시작한다. 농노의 아들로 태어난 이안의 일과는 숲에서 벌레나 열매를 찾아 허기를 해소하는 거다. 그런 이안에게 '에레디스'라는 떠돌이 마법사가 찾아와 제자가 되길 제안한다.

이과 출신인 이안은 계산이 특기였기에 마법을 배우는 것도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수학 공식처럼 마법을 배우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세계의 마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품 속 마법은 학습이나 수련의 결과가 아니라, '마로니우스어'라는 언어를 통해 '신비'와 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법사는 신비와 친할수록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다.

[사진=노벨피아 제공]


6년 만에 마로니우스어를 익힌 이안은 마침내 한명의 마법사로 출발선에 올라섰다. 주인공의 스승 에레디스는 이안에게 세상을 여행하며 마법을 더 깊이 탐구하도록 한다. 작품은 이안이 세계를 여행하며 다른 마법사와 교류하고 새로운 신비와 조우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법이란 마법사와 신비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 그것이 친구가 될 수 있고, 상사와 부하가 될 수 있고, 아니면 철저한 득실로 맺어진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중략) 마법사에게 중요한 건, 바로 처세술이다.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중


작품에서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신비에게 부탁하는 것이 기본이다. 신비와 친해지고 싶다면 불로 뛰어들거나 땅속에 스스로를 파묻어야 한다. 신비를 꼬드기는 마법사들의 모습은 마치 현실 속 영업직과 같다. 이런 설정은 작품을 더 매력적이고 독특하게 만든다.

중세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을 재미있게 녹여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세 판타지'를 표방하는 상당수 작품은 중세보다는 근대에 가까울 때가 많다. 이 작품은 중세 초기에 가까운 배경 설정을 통해 투박하고 원시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는 주도적이고 강력한 주인공이 시원함을 주는 소설이 아니다. 과장이 적은 세계에 사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이 잔잔하면서도 가볍게 진행하는 중세 판타지 모험기에 가깝다. 마법사물이나 중세시대 여행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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