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곳인가 지식 쌓는 곳인가" 경공매 최고위과정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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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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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대학원 최고위과정과 이해충돌 1편 
A대학 부동산 최고위과정의 민낯 
주임교수와 제자 법적 공방 벌여 
이해충돌 관리하지 않은 A대학
대학원 특별과정 사각지대 괜찮나 
# A대학교 행정대학원에는 '부동산 경ㆍ공매 최고위과정'이라는 특별과정이 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교육한다는 게 이 특별과정의 커리큘럼이다.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부동산 경ㆍ공매 컨설팅업체 대표가 주임교수를 맡았다. 

# 그런데 이 특별과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주임교수가 원생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컨설팅업체 회원으로 유도하고, 경매입찰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다. 그 과정에서 주임교수와 원생 간에 법적 공방이 펼쳐졌다. 

# 도대체 이 최고위과정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더스쿠프 視리즈 '대학원 부동산 경ㆍ공매 최고위과정과 이해충돌' 1편에서 A대학교에서 벌어진 불편한 사건을 다뤘다. 


대학원 가운데 특별과정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드물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80은 청춘, 100세까지 사는 세상! 경제적 자립을 위해 부富는 준비돼야 합니다." "부동산 실전 전문 교수진 30명! 경ㆍ공매 33년 주임교수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 부자 되는 최고위과정!" 서울 소재 A대학교 행정대학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부동산 경ㆍ공매 최고위과정' 수강생 모집 문구 일부다. 

요즘 대학원에는 이런 특별과정이 적지 않다. A대학교만 해도 부동산 경ㆍ공매를 포함해 부동산 자산관리, 부동산개업 공인중개사 의무교육과정, 생활풍수 최고지도자과정, CEO인문학 최고위과정, 소통리더십 최고위과정 등 다양한 특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나름의 수요가 있기 때문인데, 익명을 원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별과정을 수료하면 대학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한다. 동문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니 다양한 인맥을 쌓을 수 있다. 거기에다 특별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까지 쌓을 수 있다면 금전적 여유가 있고, 간판이나 인맥이 필요한 이들에겐 괜찮은 유인이 되지 않겠는가.

공급자인 대학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학생 수는 줄고, 등록금 인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특별과정은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기부금(학교발전기금)도 쏠쏠하게 걷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교육상품인 셈이다. 

특별과정은 명칭처럼 특별함도 있다. 교수진이 대부분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부동산 경ㆍ공매 최고위과정'의 경우, 부동산 경ㆍ공매 컨설팅업체나 경ㆍ공매 학원 운영자, 금융권 부동산투자파트 전문가, 부동산 권리분석 전문 변호사나 법무사 등이 교육을 담당한다. 대학원의 특별과정은 대부분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대학교 행정대학원의 특별과정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강점이 자칫하면 심각한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건 이해충돌(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적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상황) 리스크다. 실제로 A대학교 행정대학원의 '부동산 경ㆍ공매 최고위과정(이하 최고위과정)'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로 인해 교수와 제자 간 법적 공방까지 진행 중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 특별한 제자의 꿈 = 우선 수료생 B씨의 주장을 종합해서 살펴보자.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수업 도중에 '여기서 몇명만 선별해서 '○○연구실(주임교수가 운영하는 사설 컨설팅업체)'로 데려가 실전 전문가로 키울 것'이라는 말을 종종 내뱉었다.

원생들은 '○○연구실'의 일원이 되는 걸 기회로 여겼고, 이 때문에 일부는 교수가 말한 '몇명'에 들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했다. 부동산 경ㆍ공매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참고: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설명했다.] 

부동산 경매를 배우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노력파 중엔 모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임원인 B씨도 있었다. 그는 부동산 경ㆍ공매 인재를 키워 놓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거라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 특별과정에 참여했다. 등록금도 회사가 지급했다.

그래서 B씨는 남들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회사에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다. 그 결과, B씨는 수료도 하기 전에 '○○연구실'의 회원이 됐다. 주임교수의 눈에 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무료는 아니었다. 정회원은 부가세 포함 330만원을 냈다. 

■ 입찰과 ○○연구실 = '○○연구실'에서는 유료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경매물건을 분석했다. 주임교수는 B씨에게 그중 일부 경매물건에 입찰하기를 권했다. 중요한 건 B씨 마음에 드는 경매물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주임교수는 B씨에게 회사 차원에서 경매에 참여할 만한 땅이 나왔다면서 인천의 한 토지를 권했다. B씨는 회사 법무팀과 함께 토지를 답사했다. 법무팀은 개발이 쉽지 않은 토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빌라 전세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지주로 돼 있어 권리관계가 복잡할 공산이 컸다. 

B씨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주임교수는 "경매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면 관두라"고 했다. B씨는 경매에 한두푼이 드는 것도 아닌데, 입찰을 종용하는 주임교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B씨는 "수수료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실' 회원약관에는 주임교수가 소개한 경매물건을 낙찰받으면 주임교수에게 최초 감정가의 3%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조항이 있다. B씨로선 주임교수가 최고위과정을 활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회원을 모집하고, 이들이 낙찰을 받으면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구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 수수료율은 법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낙찰가가 아닌 감정가의 3%는 상식적이지 않다. 아무리 싸게 낙찰을 받아도 정해진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 법적 공방의 덫 = B씨는 "관두라"는 주임교수의 말에 실제로 그만두고 회비를 돌려달라고 했다. 자진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회원약관에 명시된 '20회의 컨설팅'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던 탓이다. 수수료에 집착하는 주임교수 밑에서 일을 배울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주임교수는 환불을 거절했다. B씨는 회비를 돌려주지 않으면 대학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임교수는 B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참고: 대학교 측은 "특별과정에 불합리한 게 있을 경우, 대학원생들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이 주임교수 또는 특별과정의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언제든 지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임교수가 B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과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대학교의 말에는 이처럼 간극이 있다.]  

A대학교 부동산 경ㆍ공매 최고위과정이 주임교수의 이해충돌로 논란을 빚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주목할 점은 주임교수가 경매입찰을 강권했다는 주장은 B씨의 입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또다른 수료생 C씨는 "B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 수료생은 주임교수의 경매입찰 강권에 등 떠밀려 법정지상권(토지와 건물의 주인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토지주가 임의로 건물을 철거할 수 없도록 한 건물주의 권리)이 설정된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처분도 못 하는 물건을 대출까지 받아 산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걸로 안다. 경매물건 감정가의 3%를 수수료로 받아 챙긴 주임교수와 해당 토지를 판매한 사람만 이득을 봤다. 팔리지도 않고 개발도 안 되는 섬 땅을 추천받아 구입한 이도 있다. 이 정도면 주임교수의 목적이 수수료라는 것 아니겠는가."

■ 불편한 민낯 = 스승과 제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그동안 묵혀 있던 다양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됐다. B씨와 C씨는 "주임교수가 경매물건 중개 수수료를 받을 때나 '○○연구실' 회비를 받을 때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심지어 학교발전기금조차 계좌 이체가 아닌 수표로 전달할 것을 권했다"고 주장했다.

주임교수가 원생들끼리 가진 다양한 모임에 비용을 내지 않고 참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B씨보다 선기수의 수료생 E씨 얘기를 들어보자. "주임교수가 졸업식 장소를 ○○호텔로 잡자고 했다. 부담스러웠지만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했다. 사실 졸업식만이 아니었다. 당시 졸업여행을 해외로 갔는데, 해외여행을 제안한 것도 주임교수였다. 그 바람에 다들 바쁜 일정을 억지로 맞췄다. 주임교수는 비행기운임만 댔고, 나머지는 전부 원우회비에서 부담했다." 

수료생들에 따르면 최고위과정 원우들은 1인당 300만원의 원우회비(기수별 부담)를 냈다. 한 기수당 20명 정도로, 6000만원가량의 원우회비가 모였다. 이 원우회비에서 1000만원은 수표로 만들어 학교발전기금으로 냈고, 나머지를 원우들 간 활동비로 썼다. 

■ 허점 많은 해명 = 주임교수의 해명은 완전히 다르다. "'○○연구실'은 자신이 유인한 게 아니라 원생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곳이었다. 따라서 최고위과정을 활용해 원생들을 회원으로 모집했다는 것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학교와 '○○연구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불만이 있는 일부 수료생이 모함을 하는 것이다."

그는 해명을 이어갔다. "경매물건 강권 의혹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입찰 참여 여부는 회원이 스스로 결정한다. 다만 '○○연구실'은 실전 경험을 쌓는 곳이다. 회원들에게 제시한 경매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들이 직접 물건을 찾아오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입찰에 한번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매에 참여할 의지가 없다'고 해석했고, '여기서 시간만 버리느니 나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환기를 해줬을 뿐이다. 수수료를 현금으로 받았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다."

주임교수는 다른 의혹들도 모두 부인했다. "학교발전기금을 수표로 전달한 건 원우회가 자발적으로 한 거다. 졸업여행 역시 공식적인 학교 행사였다. 통솔 차원에서 따라간 것일 뿐이다." 



이런 주임교수의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부동산 경매는 주식투자처럼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재테크가 아니다. 매매에도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는 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연구실에서 나가는 게 낫다'는 교수의 주장이 더 이상하게 들리는 이유다.

더구나 원생들이 최고위과정에 참여한 것도 경매를 배워 좋은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서지, 입찰 경험을 쌓기 위함이 아니다. 결국 주임교수의 주장은 커다란 자금을 아무렇지 않게 입찰에 투자할 수 있어야 '참여 의지가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원우회 모임 참석 논란도 마찬가지다. 주임교수는 비공식 행사를 직접 주도하기도 했다. 

■ A대학교의 구멍 = 여기엔 또다른 문제도 있다. 논란의 최고위과정을 개설한 A대학교다. 언급한 것처럼 최고위과정의 교수진은 외부 전문가로 채워지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불거질 공산이 컸지만, A대학교는 이를 방지할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A대학 관계자는 "특별과정의 운영 책임은 계약당사자(주임교수)에게 있다"면서 "원생들의 민원이 있을 경우엔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는 말만 거듭했다.

하지만 A대학교와 비슷한 부동산 경‧공매 최고위과정을 운영하는 대학 중엔 이해충돌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적지 않다. 한 대학은 계약서에 겸임교수가 경매매물을 소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넣었다. 

또다른 대학은 문서로  입찰물건 중개 등 겸임교수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확약 받고 이를 어길 시 민사상 책임을 지우고 있다. "특별과정의 운영책임은 계약당사자인 주임교수에게만 있다"는 A대학교의 반박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 이야기는 '부동산 경·공매 최고위과정과 이해충돌' 2편에서 다루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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