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처럼 금리인하만이 내수진작책일까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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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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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해 내수 살리자는 집권층
내수진작책, 다양한 방법 존재해
정부지출 늘리고 투자환경 조성 등
이를 통해 내수 회복세 시작하면
기준금리 조정 시간 벌 수 있어
물가는 떨어졌지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자 정부 주요 인사들이 미국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내리자는 '조기 금리인하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수를 회복시키는 방법은 정말 기준금리 인하밖에는 없는 걸까. 총수요를 자극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다양한 방법을 알아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여당의 조기 금리 인하론은 지난 6월 시작됐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6월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3일 "금리는 아직 높지만 희망적으로 보면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고 한은을 압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정부 인사들을) 만나면서도 독립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한은의 독립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명분은 내수 진작이다. 물가는 내려왔는데, 금리가 높아서 내수가 부진하다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7월 경제동향'에서 "수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비는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다수 부문에서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파악한 소비 부진 원인도 고금리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가계별 금리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부진하다"며 "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저축을 높이고, 현재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정말 내수 진작은 기준금리 인하밖에는 방법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먼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내수(domestic demand) 정의를 보자. OECD는 "최종 내수는 정부와 민간의 최종 소비, 투자, 재고를 합친 것"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말해 내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정부가 소상공인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현금을 증여하는 이전지출을 늘려서 구매력을 끌어올려주거나, ▲기업이 설비·건설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살아난다. 

[자료 | 통계청, 참고 | 전년 동기 대비]


총수요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구입하려는 수량이 시장의 수요인데, 총수요는 한 국가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사려고 하는 모든 수요를 뜻한다. 총수요는 민간 소비, 정부 소비, 기업 투자, 순수출로 구성되는데, 물가·이자율(금리)·환율이 그 규모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서 물가가 떨어지면 구매력이 증가하고, 이는 총수요를 끌어올린다. 물가가 내려가고, 환율이 오르면, 순수출이 증가해 총수요가 역시 증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문제는 환율이 높아서 수출은 증가하고, 물가 상승률은 하락해 구매력도 높아졌는데, 총수요가 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선 구매력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우리나라 실질임금은 2022~2023년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이 하락 추세가 맞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택 매매·전셋값 상승분을 미국의 3분의 1만 반영한다.     

물가 이외의 요인을 추가해서 총수요의 수준 자체를 높일 수도 있다. 총수요 수준은 ▲정부지출이 증가하거나, ▲세금 감면으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거나, ▲시중 통화량 증가로 금리가 하락해 투자가 늘면 증가한다. 

기준금리를 낮춰서 내수 부진에서 탈출하자는 얘기는 금리를 떨어뜨려 가계 소비 여력을 늘리고, 기업의 투자도 늘리자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고, 여러 변수가 작용해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지속할지도 불확실하다. 

성태윤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6월 28일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미의 콜롬비아처럼 기준금리를 내리자마자 물가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6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11.25%로 결정했는데, 6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3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면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고, 너무 늦게 내리면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금리 인하'만이 아니다.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는 존재한다. 예컨대 우리가 단기간 재정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자극하면, 내수가 회복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좀 더 미세하게 조정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정부의 몫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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