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실적은 빠진 '반쪽짜리 정부 보고서' [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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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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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 분석
예산 집행률은 90.1%로 높지만
가장 규모 큰 사업에선 81.4%
집행 현황 한눈에 파악 어렵고
당초 성과목표 달성도도 미흡
배출 실적 뺀 효과 분석도 의문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사업의 집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온실가스 감축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중대한 과제다. 세계 각국 정부는 다양한 환경규제를 만들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엔 온실가스감축인지認知 결산서를 작성해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다. 문제는 이 결산서에 빈틈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1일 정부가 '2023회계연도 온실가스감축인지認知 결산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결산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작성ㆍ제출하는 국가결산보고서의 부속서류다. 예산과 기금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집행했는지 평가하기 위한 도구다. 2021년 국가재정법 개정 이후, 2023회계연도부터 적용했다. 이번에 제출한 게 첫 결산서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몇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먼저 결산서는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 대상사업을 13개 부처의 287개 세부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론 실질적인 온실가스감축예산 집행 현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각각의 세부사업은 좀 더 세분화할 수 있는데, 여기에 종종 온실가스 감축과 무관한 사업들이 들어있어서다. 이 때문에 세부사업들의 총예산(11조5502억원)과 실제 온실가스감축예산 총액(9조7495억원)의 규모도 다르다.   

당연히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 대상사업들의 예산 총액은 1조7256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온실가스감축예산은 3027억원에 불과하다.[※참고: 이런 이유에서 아래에 언급한 '온실가스감축예산'은 모두 실질에 기초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집행 현황 만으로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주장하긴 어렵다.[사진=뉴시스]


온실가스감축예산을 잘 집행했는지도 의문이다. 전체 온실가스감축예산 집행률은 90.1%다. 집행률이 꽤 높은 것 같지만 착시가 있다. 온실가스감축예산 중 가장 규모가 큰 회계인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예산액 3조6704억원)'의 집행률은 전체 집행률보다 낮은 81.4%다. 

부처별 온실가스감축예산 집행 현황을 따져 봐도 규모가 가장 큰 환경부(예산액 2조9973억원)의 집행률은 81.2%에 불과했다. 환경부가 '무공해차 보급사업'에 2조5653억원의 예산을 배정받고도 1조9089억원(74.4%)만 집행한 영향이 컸다. 예산 규모가 큰 사업들이 평균 집행률을 끌어내렸다는 건데, 예산 집행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87개 세부사업 중 18개(6.3%)는 예산액 대비 집행률이 80% 이하였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수소물류시스템 구축' 사업엔 9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집행률은 0%였다. 화물용 수소차를 위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인데, 두 차례의 공모에도 적격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업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화물용 수소차가 전국을 통틀어 고작 7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참고: 온실가스감축예산은 일반ㆍ특별회계보다 기금의 비중이 크고, 집행률도 높다. 전체 집행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결국 온실가스감축예산의 실질적인 집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게 쉽지 않고, 온실가스감축예산 집행도 똑똑하게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성과목표 달성률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287개 세부사업은 당초 449개의 성과목표를 내놨는데, 이 가운데 달성 목표는 335개(74.6%), 미달성 목표는 114개(25.4%)였다.



가장 많은 성과지표를 가진 기획재정부(기후대응기금 사업)는 221개 성과목표 중 169개(76.5%)를 달성하고, 52개는 달성하지 못했다. 또한 가장 많은 감축예산을 배정한 환경부는 34개 성과목표 중 23개(67.6%)를 달성하고, 11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온실가스감축예산의 효과는 있었을까. 결산서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량화할 수 있는 사업 69개가 예산 집행 덕분에 2023년 344만톤(t)의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가 줄었다'며 효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분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결산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만 포함했을 뿐 정작 온실가스 배출사업은 배제했기 때문이다. 실질적 효과를 따지려면 더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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