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재시험 보는 뉴질랜드처럼… 고령운전자 사고 줄이는 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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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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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나이로 운전 제한하겠다던 정부
교통약자 외면했단 비난에 철회
엉망인 운전면허시험부터 개선
공감대 얻어 상식적 제한 필요
최근 정부가 고령운전자의 운전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과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였다. 결국 정부는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 내용을 수정했지만, 이런 식으로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령운전자로 인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 올해 2월 2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 인근. 신호를 기다리던 자동차들 쪽으로 70대 운전자가 모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한대가 돌진해 9중 추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 5월 10일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 원흥리의 한 철도 건널목에서는 김천 방향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와 포터 트럭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포터 트럭은 도로 옆 하천으로 추락했다. 트럭을 몰던 70대 운전자는 사망했다. 

# 같은달 3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의 기린대로에서는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아이오닉이 앞서가던 쏘나타를 들이받았고, 쏘나타는 레미콘 등 2대의 차와 더 부딪혔다. 이 사고로 쏘나타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아이오닉 운전자는 70대였다. 

고령운전자가 얽힌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709명, 2022년 735명, 2023년 74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2551명)의 29.2%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운전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내년부터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걸 감안하면 우려가 크다. 

그러자 지난 5월 20일 정부가 '2024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고령운전자의 야간운전, 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런 조건부 면허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과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조건부 면허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이 도입한 정책으로 고령운전자의 고속운전 금지, 야간운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게 이상한 정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정부는 당초 의도와 달리 생계형 운전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한다는 내용에 방점을 둬 오해를 빚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순서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운전면허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현행 운전면허 제도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으로 탄생한 엉터리 시스템이다. 그로 인해 60시간 교육이 13시간으로 축소됐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운전면허증을 이렇게 발급해선 안 된다. 외국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려면 호주는 2~3년, 독일은 3~4년이 걸린다. 일본이나 중국도 60시간 교육이 기본이다. 



둘째, 오직 나이로 운전을 제한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예컨대 일본은 고령운전자가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첨단장치를 도입하면 그 비용을 지원한다. 택배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80세가 넘으면 운전면허 시험을 2년마다 다시 보게 한다.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제한해선 안 된다.

셋째, 고령자의 나이를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고령자는 사실상 65세부터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65세는 장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선 75세부터 고령자로 구분하기도 한다. 

넷째,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한다고 해도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금지와 같은 황당한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 이런 도로가 전체 도로의 2%밖에 안 된다지만, 우리나라 교통체계에선 이 2%만 제한해도 연결도로가 막히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다. 

끝으로 민감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야 한다. 정책 연구는 물론 각종 선진 사례들도 모아야 한다. 제도를 최종 도입하기 전에 공청회 등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다. 그래야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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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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