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기차의 길', 폭스콘으로 통할까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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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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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자체 생산한 전기차 3종 공개
아이폰처럼 전기차도 OEM화
800여개 기업과 컨소시엄 완료
'전기차 파운드리'로 미래 바꿀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품질과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 전기차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경쟁의 산물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전기차 파운드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대만의 폭스콘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어서다. 그들의 방식은 전기차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폭스콘이 '전기차 파운드리' 시스템을 갖추고 자체 생산한 전기차를 선보였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는 아직 멀었다." 최근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일부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13만9500대(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로 지난해 1분기(260만8000대)보다 20.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판매 증가율이 30.2%였다는 걸 감안하면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999만5000대)보다는 판매량이 68.6% 감소했다. 

그럼에도 '친환경차로의 전환'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이 바뀌는 건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가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국제 규제는 점점 강화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제조사들은 전기차의 품질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는 데 고심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경쟁의 일환이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열린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모터쇼)' 역시 이런 주도권 경쟁의 장場이었다. 여기서 중국의 제조사들은 품질과 가격에서 쟁쟁한 경쟁력을 갖춘 각종 신형 전기차를 선보였다. '전기차=중국'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했다. 실제로 중국이 '전기차 시장의 메이저'라는 걸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건 조금만 눈을 돌리면 또다른 전기차 시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마이너 마켓이라 할 수 있는 대만 시장이다. 중국이라는 메이저 시장을 두고, 관심도가 떨어지는 대만 시장을 언급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얘기를 해보려 한다.  

필자는 지난 4월에 열린 '대만 타이베이 E-모빌리티 박람회'에 다녀왔다. 한국전기차협회장의 자격으로 초청받은 거였다. 사실 이 박람회는 규모도 작고, 전문가들의 관심도도 낮아서 초청을 받고 가면서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막상 박람회를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모든 것을 망라한 전시회라는 측면에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시 품목도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분야만이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차의 튜닝과 각종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게다가 대만은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TSMC와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 등을 중심으로 전기ㆍ전자 분야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기술력이 응집된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박람회였다. 일례로 충전기 분야에선 720㎾ 규모의 초급속충전기가 눈길을 끌었다. 현재 국내 충전소에 설치한 급속충전기가 200㎾급이라는 걸 감안하면 충전속도가 3배나 빠른 충전기가 이미 등장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끈 제품은 폭스콘의 전기차였다. 시장에서 판매 중인 '모델C'라는 전기차는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SUV)로, 외부 디자인을 비롯해 실내 디스플레이까지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올해 12월부터 판매할 예정인 '모델B'도 전시했는데,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ㆍ세단과 SUV의 특징이 융합된 형태의 차량)였다. 

역시 완성도가 높아 전문가들로부터 품질과 디자인은 물론, 세부적인 마무리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옆에는 당장 판매해도 인기를 끌 법한 외관을 갖춘 다용도 전기 픽업트럭도 전시돼 있었다. 

폭스콘이 부스에는 3대의 모델만 전시하고 있었지만,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한 전기차를 제작하고 있다는 건 꽤 흥미로웠다. 그건 폭스콘이 시범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한 게 아니라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스에는 차기 인산철(LFP) 배터리와 리튬메탈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 샘플은 물론, 전기이륜차와 충전기까지 전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폭스콘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명료하다. A부터 Z까지 전 공정이 가능한 폭스콘을 통하면 기본 전기차 플랫폼에 덮개와 알고리즘만 바꿔 천의 얼굴을 가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이른바 '전기차 파운드리'다. 애플이나 구글에서 원하는 전기차를 주문한 후, 자사의 특화한 알고리즘만 입히면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스콘은 800여개의 기업들과 함께 역할을 분담하고 시너지를 내는 '모빌리티 인 하모니(MIHㆍMobility In Harmony)'라는 컨소시엄도 구성하고 있다.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대만판 산학연관 그룹이나 마찬가지인데, 중국의 CATL과 LG에너지솔루션도 이 컨소시엄에 가입해 있다. 



각 분야의 전문기업들이 협업을 하고, 폭스콘이 전체적인 조율을 하는 구조다. 얼마 전까지 애플이 애플카를 꿈꿀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폭스콘의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참고: 물론 애플은 애플카를 잠정적으로 포기했다. 하지만 이는 기술 성숙도를 봐가면서 시장 진입을 연기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향후 폭스콘이 애플카를 위탁 생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대만은 현재 '전기차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폭스콘의 전기차가 대만 내에서만 한정 판매되고 있지만, 언제 어떤 고객사가 폭스콘에 전기차를 주문할지 모른다. 그때 폭스콘의 전기차는 현재의 아이폰과 같은 위력을 낼 게 분명하다. 미래 모빌리티의 경쟁자는 중국이나 테슬라뿐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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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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