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합법화 10년의 기록 "그저 헛바퀴만 돌았다" [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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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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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푸드트럭 규제개혁 10년 後
푸드트럭 규제 풀었다지만
정작 장사할 곳 없다는 업계
지자체 소극적 행정이 원인
영업가능 장소 공유라도 해야
# 올 8월이면 우리나라에서 푸드트럭이 합법화한 지 10주년을 맞는다. 2014년 8월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에 힘입어 소형트럭의 합법적 구조변경과 영업신고가 가능해졌다. 당시 푸드트럭은 정부 규제개혁의 간판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추가조치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푸드트럭은 규제를 벗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푸드트럭은 여전히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푸드트럭을 산업으로 일궈보겠다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실험도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뭐가 문제인 걸까. 


지난 5월 24일 오유경 식약처장이 푸드트럭 현장을 방문했다.[사진=식약처 제공]


지난 5월 24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서울 중구 '정동야행貞洞夜行' 행사장을 방문했다. 정동야행은 덕수궁길과 정동길 일대에서 펼쳐지는 야간 문화행사다. 오 처장은 이곳에서 정동야행 행사장에 입점한 푸드트럭 사업자들을 만났다.

최근 식약처가 식품접객업 규제를 개선하고 있는데, 위생관리를 당부함과 동시에 어떤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가다듬고 있는 푸드트럭 정책에 좀 더 필요한 게 있는지 현장을 살피러 방문했다는 얘기다.

[※참고: 식약처는 2022년 '규제혁신 1.0', 2023년 '규제혁신 2.0'에 이어 올해 '규제혁신 3.0'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혁신 3.0'에는 푸드트럭에서 일반음식점 영업(주류 판매 포함)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기존에는 다류(차종류)ㆍ아이스크림류ㆍ분식ㆍ빵ㆍ떡ㆍ과자 등 휴게음식점이나 제과점 형태의 영업만 가능했다.]

분위기는 훈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에서 푸드트럭 관련 협회 관계자는 "푸드트럭의 영업 범위를 일반음식점으로 확대하면 더 다양한 음식을 판매할 수 있다"면서 "식약처의 규제 개선으로 푸드트럭의 편의성이 강화하면 영업자도 매출을 높일 수 있어 푸드트럭 업종 전체에 활력이 감돌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눈여겨볼 건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내놓은 추가 건의사항이다. 그들은 ▲푸드트럭 차량 변경 시 제출서류 간소화, ▲푸드트럭 업종 신설, ▲푸드트럭 영업장소 확대 등을 건의했다.

이중 서류 간소화는 어느 분야에서나 늘 있는 민원이다. 다만, 푸드트럭 관련 사항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토교통부, 식약처 등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서류를 간소화하는 게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푸드트럭 업종 신설은 식품접객업 분류에 새 업종을 만들어 푸드트럭에 맞는 규정을 담아달라는 요구다. 여기엔 휴게음식점에 국한된 영업범위를 풀어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식약처가 정동야행 행사에서 푸드트럭 영업범위를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민원은 해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푸드트럭 영업장소 확대다. 푸드트럭이 합법화한 후 줄곧 터져 나온 요구다. 요약하면 이렇다. "불법에서 합법으로 넘어왔으면 '법이 정한' 영업구역이 필요한데, 아직도 그게 없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지난 10년간의 규제개혁에도 여전히 푸드트럭은 영업장소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사실 푸드트럭이 합법화한 후 정부 차원의 규제가 많이 풀린 건 맞다. 업계 관계자도 대부분 동의한다. 일례로, 푸드트럭 규제개혁을 처음 외친 2014년 차량구조 변경을 막던 규제는 모두 사라졌다.

유원시설ㆍ도시공원ㆍ하천부지ㆍ관광지ㆍ체육시설 등에 국한했던 영업구역도 조금씩 넓어져 2015년엔 '국가ㆍ지자체 공용재산,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장소'로 광범위해졌다. 2016년엔 푸드트럭의 실질적인 이동영업을 보장하기 위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장은 "현재 푸드트럭은 사유지를 빼고는 못 가는 곳이 없을 정도"라면서 "지자체가 정하면 사유지도 갈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활동 범위가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간혹 공유지 사용료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지자체들이 행사할 때 푸드트럭 사업자들로부터 받던 하루 10만~20만원의 입점료조차 안 받는 곳이 숱하다"면서 "푸드트럭이 대규모 행사에 없어선 안 될 아이템이 되면서 공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영업할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우선 푸드트럭 사업자들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여러 푸드트럭 사업자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나 있는 장소는 대부분 유동인구가 적거나 외진 곳이다. 그래서 입점료가 무료이거나 저렴하지만, 영업을 해봐야 별 소득이 없다. 반면 인기가 있는 지역들은 경쟁이 심하다. 일부에선 웃돈을 주고 입점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유경석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장은 이렇게 말했다. "통계에는 푸드트럭 사업자가 3000명 가까이 되는 것처럼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사실 1년 내내 하는 이들은 별로 없어요. 겨울엔 너무 추워서, 여름엔 너무 더워서 접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죠. 그러면 각종 행사와 축제가 넘치는 봄ㆍ가을이 성수기인데, 이때 푸드트럭이 모여들면서 경쟁이 심해지죠."

그는 답답한 듯 말을 이어갔다. "가령, 대학교 축제의 경우엔 어마어마한 웃돈이 붙어요. 하루 입점료가 80만원, 100만원인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웃돈을 내고 입점한 푸드트럭에 가격경쟁력이 있을 리 없죠. 당연히 바가지요금으로 이어지기 일쑤예요. 경쟁에서 밀린 일부는 불법영업의 길에 빠져들곤 합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참고: 푸드트럭 업계에서 불법영업의 유혹은 작지 않다. 합법 푸드트럭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메뉴만 팔아야 하는데, 불법 푸드트럭은 그런 제한이 없어서다. 불법 푸드트럭을 감시하는 단속과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결국 '표면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장사할 만한 곳'은 적으니 그런 곳을 더 공급해 달라는 건데,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은 지자체다. 실질적인 허가권을 갖고 있어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추진했던 '푸드트럭 존'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푸드트럭을 잘 아는 지자체 인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초기 푸드트럭 규제개혁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으로 교체된 지 오래다. 각 지자체에서 규제개혁을 지원하던 핵심부서(규제개혁과 등)도 사라진 곳이 많다. 푸드트럭 영업허가가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한 푸드트럭 사업자는 "같은 지자체라고 해도 각 부서는 별개의 회사나 마찬가지"라면서 "전에는 새로운 장소에서 영업허가를 받으려 하면 과별로 협조를 받아서 일을 원활하게 처리해주는 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인력마저 없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력이 교체되더라도 지원 부서는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협조가 도통 되질 않아요. 무언가를 요구해도 잘 모르는 데다, 누구 하나 총대를 메고 도와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갈등 조정에도 소극적이다. 단적인 예가 수원시 '푸드트럭 존' 실험의 실패다. 2016년 11월 경기도와 수원시는 청년 창업을 돕고, 전통시장 상권을 회복하겠다면서 수원 남문시장에 '푸드트럭 존'을 만들었다. 재래시장이 있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점포는 오후 7∼8시면 문을 닫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늦게까지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있어서 야시장을 만들어도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고, 사람들은 넘쳐났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푸드트럭은 싹 철수했다. 

중요한 건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푸드트럭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다. 장사가 잘되던 시절에도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푸드트럭 존'이 인기를 끌자 주변은 혼잡했고, 인근에는 쓰레기가 마구 버려졌다. 기존의 상인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불만을 품었다.

일부는 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푸드트럭 사업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상인회가 영업시간(5시간 이하)이나 음식품목 등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인근 상인은 "그때 수원시가 나서서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갈등 조정의 역할을 했다면 지금처럼 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온전히 팬데믹 때문에 '푸드트럭 존'이 사라졌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결국 2020년 이후 중단된 사업은 다시 부활하지 못했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각각 1억3500만원, 상인회가 2700만원을 부담해 마련한 푸드 트레일러들도 지난해 모두 처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전 정부의 성과를 지우기 위해 푸드트럭을 찬밥 취급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규제개혁을 담당하던 부서가 사라졌다면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가 푸드트럭 규제개혁을 밀어붙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상시영업이 가능한 지역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2017년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푸드트럭 사업에 뛰어들려 하자 이를 막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느냐와 상관없이 푸드트럭은 지자체의 의지대로 달려왔다는 거다. 

하혁 협회장은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모든 장소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면서 이렇게 제언했다.

"사실 지자체들이 개별로 공고하는 영업허가 장소만이라도 사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면 그것만으로도 영업장소를 더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용 앱을 만들어서 이런 영업허가 장소들을 공유하고, 해당 지역에 예약을 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든다면 관리도 잘되지 않을까 해요."

그러면서 하 협회장은 "푸드트럭은 단순히 자영업자 몇명 늘리는 효과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유통 전반을 활성화하고, 고용도 늘릴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8월, 푸드트럭이 합법화한 지 10년을 맞는다. 과연 푸드트럭은 달라질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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