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왜 그래? 혁신 잃은 '혁신 아이콘'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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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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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전기차 시대 연 테슬라지만
소비자 불만 키운 할인정책
품질과 과장 광고까지 도마
CEO 리스크에 경쟁도 격화
혁신 없으면 부활도 어려워
테슬라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침체기인데, 경쟁은 더 심화하고 있어서다. 할인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 할인정책이 되레 발목을 잡고 있다. 테슬라가 한수 위의 기술력을 뽐내던 '자율주행기능'도 이젠 특별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과연 뭘 해야 할까. 

테슬라의 할인정책은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를 열어젖힌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누가 떠오르는가. 아무래도 테슬라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일 거다. 누구 하나 전기차에 선뜻 운명을 맡기지 못하던 시절, 프리미엄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게 바로 테슬라여서다. 이후엔 누구보다 앞선 자율주행기술과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 기능(Over The Air)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제시한 거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우주여행을 꿈꾸며 스페이스X를 창업한 것도, 시속 1000㎞의 탄환열차인 하이퍼루프를 제안한 것도 바로 그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지금도 여전히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테슬라의 할인정책이다. 테슬라는 2022년 말부터 지역별로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전기차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할인정책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할인은 신규 소비자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할인정책은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도 바꿔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기의 테슬라는 프리미엄 전기차로 명성을 얻었다. 아무나 접근하기 어려운 전기차였기에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려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급격한 가격 할인으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지난 2021년 11월 고점 대비 반토막으로 떨어진 건 이런 이유에서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출시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 미국 외 지역에선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슬라 전기차의 품질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실 테슬라 전기차의 완성도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도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차,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엔 테슬라 모델3의 전원이 꺼지면 뒷좌석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장 광고도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를 '오토파일럿(Autopilot)' 혹은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이 가능하다고 소개해왔는데, 완전자율주행차가 아닌데도 그런 문구를 사용하는 건 과장광고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에선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에 운전을 맡겼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숱하다.

주행거리를 실제보다 크게 부풀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 국가에선 이처럼 다양한 과장광고 혐의들이 인정돼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테슬라가 시도한 혁신이 생각지 못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테슬라는 외부에 부착한 다수의 카메라로 자율주행기능을 구현했다. 그런데 이 카메라들이 각종 주변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운행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미국 본사에 어떤 정보를 보내는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중국은 테슬라 전기차가 공공기관을 진입하지 못하게 했고, 대만은 국방부 출입을 금지했다. 이외에도 서비스센터의 부족, 서비스 마인드의 결여, 사회적 기여의 부족, 일론 머스크의 독단적인 경영스타일과 마약 혐의 등 각종 개인사 논란 등도 테슬라 위상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요한 건 테슬라의 위상이 지금보다도 더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첫째,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전기차 시장보다는 내연기관차 시장에 주력한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기존 제조사들의 전기차 수준이 크게 개선됐고, 테슬라와의 기술적 격차도 줄었다. 말하자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는 거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면서 굳이 고가의 테슬라 전기차를 구입할 이유가 줄었다. 여기에 품질 좋고 값은 싼 중국산 전기차까지 가세했다. 테슬라 입장에선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테슬라의 신형 모델 출시가 원활하지 못하다. 올해 선보인 모델3 역시 4년 만의 신차였다. 사이버트럭도 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건 차치하더라도 아직 소량 생산밖에 못 한다. 반면 기존 제조사들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을 구비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물론 테슬라는 올해 자율주행 레벨4를 적용한 로보택시를 선보이고, 2025년에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1초대의 신형 로드스터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기존에도 이런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만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경쟁자들의 추격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자율주행 기능도 독보적이지 않다.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온 테슬라의 몰락이 시작된 걸까, 아님 또 다른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 교수
[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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