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감세 전략이 부른 '지역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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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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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보통교부세 전년 대비 감소
정부 지출 통제 가능성 높아
재정안정화기금 이미 사용
세수 부족 사태 반복된다면
여력 없는 지자체 재정 우려
올해 지방재정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2024년 지방교부세 예산은 전년 대비 11.3%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 누적 국세수입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해 실제 지방교부세가 더 줄어들 공산이 커졌다. 문제는 지자체의 대응력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올해 1분기 세수가 지난해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66조8000억원. 정부(기획재정부)가 밝힌 2024년 지방교부세 예산 규모다. 지난해(75조3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 줄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불균등에 따른 재정 부족분을 채워주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돈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일부(19.24%), 부동산교부세(전액), 소방안전교부세(전액)로 구성된다.

지방교부세가 줄어든 건 보통교부세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내국세가 재원인 보통교부세는 지방교부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기준으로 보통교부세 규모는 59조8000억원. 전체 지방교부세 대비 보통교부세 비중은 89.5%다. 지난해(66조6000억원)보다 6조8000억원 줄었다.

최근 5년 사이 보통교부세가 감소한 건 2021년과 2024년뿐이다. 2021년은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세금 납부를 미뤄줬기 때문이고, 2024년은 정부 감세정책의 영향이 크다. 세금이 감소하면 그만큼의 지출을 줄이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출을 낮춰잡은 덕분에 지자체들의 재정부족액도 지난해보다 1조7000억원 감소한 77조1000억원으로 떨어졌다. 

눈여겨볼 점은 정부가 지출을 어떻게 낮춰잡을 수 있었느냐다. 정부의 보통교부세 산정내역을 보면 '기준재정수요액'을 낮춘 게 영향을 줬다. 기준재정수요액이란 '지자체들이 필요로 하는 돈'을 말하는데, 이 돈이 지난해보다 5조원가량 줄었다. 지난해 정부가 세수부족으로 인해 각 지자체에 지출을 줄이라는 시그널을 보낸 만큼, '압박의 결과물'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자체가 매년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기준재정수요액이 줄어든 건 올해가 처음이다. 

물론 지자체들이 스스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 했기 때문이라면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준재정수요액 감소가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지자체가 무리하게 필요한 예산을 줄이거나 깎아서 기준재정수요액이 줄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현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이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는 데 맞춰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기준재정수요액 감소분(약 5조원) 중 1조1000억원이 지자체들의 '자체노력(재정건전화를 위한 노력)' 부족에 따른 일종의 벌칙성(페널티) 감액이었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자체노력'에 속하는 세출효율화 항목은 ▲인건비 절감, ▲지방의회 경비 절감, ▲업무추진비 절감, ▲행사축제 경비 절감, ▲지방보조금 절감, ▲예산집행 노력 등 여섯 가지다.

기재부가 보통교부세 감소 사태를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세수재추계 발표 모습.[사진=뉴시스]


'2024년 지방교부세 산정 해설'에 따르면 각 시와 군 단위에는 4000억원 이상의 페널티를 적용했고, 특별·광역시와 도 단위의 페널티는 1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시와 군 단위가 훨씬 높은 페널티를 받은 셈이다. 

각 시와 군 단위의 페널티가 컸던 주된 이유는 '행사축제 경비 절감'과 '지방보조금 절감' 항목에서 큰 페널티를 받아서다. 다만, 시·군 지자체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올해 '행사축제 경비 절감' 항목의 산정공식은 '전전전년도(2021년) 대비 전전년도(2022년) 결산액에서의 절감 정도'와 '동종 지방자치단체별 중위 단체 대비 절감 노력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행사가 거의 없었다. 당연히 2022년에 행사가 늘어났는데, 이를 두고 행사축제 경비를 줄이지 못했다고 페널티를 부여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고: 개중엔 지역의 행사나 축제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행사나 축제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작지 않아서다. 지역 행사나 축제 예산이 과하다면 '손익'을 분석한 뒤 효율적으로 줄여야 한다.]

'지방보조금 절감' 항목도 마찬가지다. 이 항목은 전년 대비 얼마나 절감했느냐로 따지는데, 2024년 보통교부세를 산정할 때는 반영 비율을 두배로 상향했다. 그러다 보니 2023년 보통교부세 산정 때보다 페널티도 커졌다.

[※참고: 2023년에는 '현금성복지 경비 지출 운영' 항목도 추가했는데, 이 결산결과는 2025년도의 보통교부세 산정분에 반영할 예정이다. 따라서 2025년도 보통교부세를 산정할 때 기준재정수요액 페널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지자체들이 필요로 하는 돈이 줄었는데, 실제로 내역을 뜯어보니 일부 감소 원인이 지자체들의 '자체노력' 부족이란 페널티에 따른 거였다는 얘기다. 다소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 데다, 대부분 재정자립도도 낮은 시·군 지자체다. 필요한 예산을 줄이거나 깎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으니 지자체의 재정 운영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실제로 배분할 보통교부세가 더 줄어들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2024년 3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1월(3조원)과 2월(7000억원)에는 전년 동월보다 국세수입이 증가했지만, 3월(-5조9500억원)에는 다시 감소해서다.



올해 1분기 누적 국세수입은 –2조2000억원이다. 감소액이 가장 큰 세목은 법인세(5조5000억원)였고, 소득세(7000억원) 감소액도 컸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3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소비활성화가 아닌 물가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사상 최악의 세수부족 사태'로 이어진 지난해보다 세수 상황이 더 안 좋다는 얘기다. 언급한 것처럼 국세수입이 줄면 배분할 보통교부세도 감소한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보통교부세를 감액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재정 위기를 극복했다. 올해도 세수부족으로 인해 보통교부세가 줄면 지자체 차원에서는 더 이상의 대응 수단이 없다. 중앙정부의 별도 지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정부는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을까. 

이서연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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