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품은 돌 즐비한 ‘이 마을’…역사를 말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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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20.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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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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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마을] (18)전남 화순 ‘모산마을’
유엔세계관광기구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
높이 4m ‘핑매바위’ 등 고인돌 596기 분포
황토한옥·수확체험 운영…꽃축제도 개최
노인일자리 창출·로컬푸드 판매 ‘지역활기’
전남 화순 모산마을 일대에선 고인돌 596기가 발견돼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화순=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전남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모산마을은 11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조용하던 농촌 마을이 들썩인 건 1995년 고인돌이 발견되면서부터다. 효산리부터 춘양면 대신리까지 205㏊에 걸쳐 고인돌 596기가 분포된 이곳은 1998년엔 사적 제410호로, 2000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룬 모산마을로 14일 향했다.

한옥 지붕과 돌담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모산마을.


모산마을의 대표 관광지는 ‘화순 고인돌 유적지’다. 이곳은 모산마을에서 시작해 옆 마을인 대신리 지봉마을까지 약 3㎞ 길이의 기다란 공원 형태를 이루고 있다. 화순엔 지상에 받침돌을 배치한 후 그 위에 커다란 덮개돌을 올려놓은 ‘바둑판식 고인돌’과 덮개돌이 지하에 있는 무덤방을 뚜껑처럼 덮고 있는 ‘개석식 고인돌’이 많다. 일부 고인돌엔 특징을 따서 괴바위·관청바위·달바위·핑매바위·감태바위 등의 이름을 붙였다.

이 가운데 핑매바위는 화순 고인돌 중 가장 큰 규모로 무게가 200t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4m에 이른다. 이 바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고할미가 화순에 있는 절 운주사를 세우며 치마폭에 돌을 담아 운반했는데, 이 과정에서 떨어진 돌이 핑매바위라는 것이다. 바위 윗면에는 직경 40㎝ 정도의 타원형 구멍이 있는데, 왼손으로 돌멩이를 던져 그 구멍에 넣으면 그해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거석테마파크에 재현된 칠레 모아이 석상.


고인돌 유적지 입구엔 선사시대 움막을 재현해놓은 ‘고인돌선사체험장’과 칠레 모아이 석상부터 영국 스톤헨지까지 전세계 유명 거석을 재현해 놓은 ‘세계거석테마파크’도 있다.

고인돌 유적이 발견되며 정부 주도로 마을에 여러 관광 시설이 들어섰지만 이는 오히려 모산마을 주민 생계에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했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농토를 매수한 것이다. 주민들은 변화를 기회로 삼기 위해 노력했다. 농협과 연계해 관광객에게 지역농산물을 판매하거나 지원금으로 한옥 지붕을 올리고 돌담을 세우며 마을 경관을 개선해나갔다. 2012년엔 ‘고인돌녹색농촌체험휴양마을’을 세워 체험관광 사업을 운영하고, 한과와 약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고인돌 유적지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용돈을 쏠쏠하게 벌고 있다. 강성림 고인돌녹색농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은 “황토로 만든 한옥에서 숙박하며 쌈채소를 수확하고, 해설과 함께 고인돌 유적을 둘러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봄·가을에 열리는 화순 고인돌 꽃 축제 땐 만개한 제철 꽃과 고인돌을 함께 보며 거닐 수 있다.


고인돌 유적지에선 매년 봄과 가을에 화순 고인돌 꽃 축제가 열린다. 올봄 꽃 축제엔 무려 60만명이 방문했다. 이번 가을 축제는 11월3일까지 열린다. 모산마을 주민들은 축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먹거리 부스를 운영한다.

고인돌 유적지 환경 정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과 서승훈 이장(앞줄 오른쪽 첫번째부터), 강성림 사무장.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엔 UNWTO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UNWTO는 농촌 마을 중 우수한 풍경와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전통을 보존하는 곳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발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세계 130곳이 선정됐으며 국내엔 모산마을을 포함해 5곳이 있다. 서승훈 이장은 “마을 어르신 모두가 적극 참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마을에 젊은 귀촌인이 많이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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