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연구 등 대책 마련 시급
“현재로선 대안이 없어요. 우렁이농법이 막히면 친환경벼농사를 접어야 하는데 걱정이 큽니다.”
전남 해남·진도 등지에서 월동 왕우렁이가 어린모를 갉아 먹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우렁이가 ‘골칫덩이’로 전락한 가운데(본지 7월1·12일자 8면 보도) 친환경벼 재배농가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우렁이농법 외엔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군 학산면에서 2만3140㎡(7000평) 규모로 벼를 재배하는 곽행호씨(68)는 “우렁이농법 외에 광활한 농경지의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학산면의 다른 농민도 “오리농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드넓은 농경지에 오리를 어떻게 넣겠냐”고 토로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이앙 후 5일 혹은 써레질 후 7일 이내에 논 10a당 왕우렁이 1.2㎏을 투입하면 제초제를 사용한 효과의 98% 수준으로 방제할 수 있다.
농가들은 주기적으로 우렁이 수거 작업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상황을 감안하면 수거 작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이상기후가 상시화하면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곽씨는 “1년에 4차례 농가들이 모여 함께 우렁이를 수거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월동한 우렁이가 많으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이나 필리핀처럼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렁이 생태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우렁이농법을 대체할 만한 친환경재배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식 서영암농협 조합장은 “농촌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라 우렁이를 일일이 수거하기 쉽지 않다”며 “친환경벼를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행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농가가 좀더 적극적으로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덕규 전남도 친환경농업 과장은 “월동작물을 재배하면 논물이 빠져 우렁이의 자연적 소멸을 유도할 수 있다”며 “논 고르기와 논물 빼기 등도 병행해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