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주담대 금리 ‘뚝’에 ‘영끌·빚투’ 몰리나.. 나흘 만에 가계대출 2조 이상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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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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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금리 등 하락.. 주담대 하단 2%대↓
나흘새 2조 이상 늘어.. 대출 수요 계속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입니다. 시장 금리 하락과 함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이 연기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진 가운데,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자 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집중된 게 주요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맞물려 주택대출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들어 늘어난 주택대출 규모만 20조 원을 웃돌 정도인데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으고 재차 빚을 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른바 ‘영끌’ 수요만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710조 7,558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2조 1,835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흘 만에 지난달 증가액(5조 3,415억 원)의 절반 수준 늘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2021년 7월(6조 2,009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고 5월(5조 2,278억 원)보다도 증가 폭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52조 9,913억 원으로 지난달 말 552조 1,526억 원에서 이달 들어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사이 8,387억 원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늘어난 규모만 23조 원을 훌쩍 넘어, 23조 991억 원에 달했습니다. 재차 또 가격이 오를까, ‘영끌’ 수요를 늘리는 악순환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달 2,143억 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1조 879억 원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전달보다 2,143억 원 감소한 수준이지만, 이달 들어 나흘 만에 1조 원 이상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세법개정 등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 등에 증시 호황세가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제 코스피는 5일 286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에 올라섰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 2∼3일 진행된 게임업체 ‘시프트업’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이 진행되면서 18조 5,000억 원 이상 증거금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은행권에선 신청자 상당수가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신용대출과 함께 국내외 주식 투자 수요들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 역시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생아특례대출이 시작된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신청 규모만 해도 5조 8,597억 원(2만 3,41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75%(4조 4,050억 원)가 주택 구매 목적으로 추정했고 특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9월로 2개월 연기한 조치가 이른바 ‘막차’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실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늘어난 주택담보대출만 해도 8,000억 원을 웃돌 정도로 수요 쏠림이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습니다.   

낮아진 대출 금리 역시도 수요를 부추긴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2%대까지 내려온 상태로,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주기형)금리는 연 2.90~5.71%, 변동금리는 연 3.80~6.62%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려 거듭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5일 3.39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 초 3.9%대에서 두 달 사이 0.5%포인트(p) 이상 하락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9월까지 두 달 연기돼 한도 축소 전 막판 수요가 몰린 것 역시 대출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입니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될 경우, DSR 산정 때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가 상향 조정돼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불거지는 긍정적 전망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주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 오르면서 2021년 9월 셋째 주(0.2%)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관계기관 간 협의 등을 통해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 차원에서 신생아특례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정책 대출 ‘허들’을 낮추면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9월로 두 달 연기하는 등 대출 수요를 자극한 정부 당국이, 정작 은행권에 대출을 조이라고 주문하면서 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권만 압박하는 정책을 가지고 가계부채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급증한 가계 빚이 버팀목이나 디딤돌 등 정책자금 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부채 의존도가 심화된 점을 감안하면, 그때그때 임시변통책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을 제시해야할 때”라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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