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잇수다] 총선 투표소 '대파 입장' 금지 왜? 연예인 인증샷 막 따라 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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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06. 오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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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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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투표권 행사하고 사진 찍는 게 뭐 어때서
기표 전, 기표 후 투표지 촬영 따라 갈린 판결
선관위 "투표소 질서 유지.. 촬영 일체 금지"
"돈으로 표 사는 투표권 매매 행위도 차단"
투표소 '대파 입장' 안 된다는 선관위 이유가
정치권서 "그럼 사과는? 디올백은?" 비판도
[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찰칵’.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2022년 5월 27일. 제주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된 투표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A씨. A씨는 촬영한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채팅방에 게시까지 했다가 적발됐습니다.

단체채팅방에서 내리는 게 좋겠다는 지인 권유를 받고 10여분 만에 삭제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씨.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사진 게재 시간이 10여분에 불과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됐습니다.

선거 때마다 금지 행위를 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꽤 있습니다. 투표소 내 촬영 자체를 금지하는 것부터 어제(5일)부터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대파 입장’ 금지까지. 선거관리위원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왜 제한하는 걸까.


■ “표를 돈으로 사는 매표 행위 막으려”

법부터 보죠. 공직선거법 166조는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 촬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투표관리관은 선거를 한 사람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면 유권자로부터 그 촬영물을 회수하고 투표록에 사유를 기록하도록 규정합니다.

위반 시 같은 법 제256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투표할 권리를 행사하고 사진을 찍은 게 왜 죄가 될까요. 유권자가 자신의 기표 내용을 촬영해 공개할 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A씨 사례처럼 사진을 올렸다가 유행에 동조하는 현상으로 이어져 민의가 왜곡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돈을 받고 특정 후보에 기표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투표권 매매 행위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해 촬영을 막고 있습니다.


■ 그런데 법원 판결서 무죄가 나온 적 있다고?

법원 판결은 엇갈리기도 합니다. 기표 전의 ‘투표용지’냐 기표 후의 ‘투표지’냐에 따라서 말이죠. 2017년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B씨에 무죄를 선고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공직선거법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투표지는 기표를 마친 것을 의미하므로, B씨가 촬영한 것은 기표 전의 투표용지를 촬영한 것”이라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반면 2012년 대구지법은 19대 총선에서 기표소에서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한 뒤 SNS에 올린 대학생에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법원 판결이 엇갈린다고 함부로 촬영해서는 안 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질서 유지를 위해 투표소 안에서의 촬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은 갈릴지 몰라도 투표용지 촬영 자체를 질서 유지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도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며 기표소 안에서 촬영한 투표용지를 촬영해 SNS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총선 사전투표 시 반드시 대파를 밖에 두고와야 한다는 조국혁신당의 카드뉴스 (사진, 조국혁신당 홈페이지 갈무리)

■ ‘대파 들고’ 투표소 가면 정치 행위라 금지.. ‘디올백은?’ 비판도

정부에 항의하고자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느냐'는 문의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왔었다고 합니다. 선관위는 대파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가면 다른 유권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지침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게 전파했고, 대응 방안 등이 담긴 문건이 제주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도 하달됐다고 합니다. 더불어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파 소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선거관리위원회 입장입니다.

대파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민생현장 점검 차 찾은 농협 하나로마트 대파 가격표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 생각된다”고 했다가 시작됐습니다. 실제 보통 대파 가격은 875원보다 더 비싼 편이라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파를 들고 투표소에 왔다면 밖에 두고 투표를 마친 뒤 밖에서 인증샷을 찍는 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조국혁신당은 논평을 내 “사과나 양배추는 들고 들어가면 되느냐. 혹시 디올백은 괜찮나”라며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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