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선전포고" vs "정상화 적임자"..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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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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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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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MBC 자료사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정권의 방송장악용 인사'라며 지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2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최민희, 이진숙에게 귓속말로 "저와 싸우려 하시만 안 돼"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지 약 20일 만에 열린 청문회에선 시작부터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 증인 선서를 마치고 증서를 최 위원장에게 제출한 뒤 뒤돌아 자리로 돌아가자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돌아서 가시니 뻘쭘하지 않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다시 최 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한 뒤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습니다.

최 위원장은 "후보자의 인사말을 들어야 할까. 후보자가 보낸 사전 자료 보지 않았나. 2분 내로 간단히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자의 인사말이 2분을 넘기자 발언을 잠시 멈추게 한 뒤 "30초 더 드릴 테니 마무리해달라"고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상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 위원장에게 "인사말을 중간에 자르는 것은 좀 그렇다. 방통위 비전과 정책 목표를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해주는 게 맞지 않나"라고 따졌습니다.

최 위원장은 "전임 김홍일 전 위원장 인사청문회 인사말은 2분밖에 안 됐고, 어제 (이 후보자의) 인사말을 미리 받아봤는데 10여 페이지로 굉장히 길었다. 그걸 굳이 여기서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노종면 "미제출 자료 224건"..이상휘 "직무 내용 우선돼야"

청문회 시작 직후에는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의 외국환 거래 내역, 자녀 입시 자료, 주식 거래 내역 등을 거론하며 "개인 정보, MBC 인사에 관한 사항 등 갖가지 사유를 들어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224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하루 더 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료를 받아야겠다. 검증을 받기 싫으면 사인으로 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최 위원장도 "제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자료들"이라며 "제출 여부를 보고 청문회 연장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가세했습니다.

반면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자료 제출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청문회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내용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해민 "사퇴 의향 예, 아니오로"..이진숙 "답변 강요는 잘못"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향해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본인이 할 줄 아는 게 방송 장악과 노조 탄압밖에 없다면 후보자는 서류 탈락감"이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스스로 나는 너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게 "사퇴 의향이 있는지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얼마 전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 '예, 아니오'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라며 맞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가 답변하는 내내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수차례 말하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촛불 좌파'·'MBC 응징' SNS 글에 "자연인일때.." 해명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공인으로서의 자격은 없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포기하시는 게, 사퇴하시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아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조 의원이 "후보자는 SNS에 촛불로 대표되는 좌파들의 행동은 멀쩡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다, 이런 글들을 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정당인으로 활동하거나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들"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도 이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SNS에 "MBC를 응징해 달라"며 "광고를 주지 않는 등 방법은 많다"고 올린 행위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 의원은 "50년 전에 박정희 정권에서 했던 광고 탄압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SNS에 올렸다.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광고 탄압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서 얘기했던 것은 제가 자연인일 때 했던 발언"이라고 맞섰습니다.

■"방통위 2인 체제 책임은 국회에 있다"..최민희 "말 조심하라"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서도 야당과 후보자간 신경전이 오갔습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의 책임 소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국회에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이진숙 내정자는 방통위원 2인 구성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라. 제가 당사자"라고 언급했습니다.

■회의장 밖에서 사퇴 시위에 국민의힘 "후보자 겁박"

민주당 의원이 회의장 밖에서 후보자 사퇴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선 여당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청문회 전 언론노조와 함께 '언론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언론노조가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집회 시위를 했다"며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이고, 국회의 권능에 대한 침해 행위다. 청문회 기간 중 상임위 밖에서 모든 국회의 폭력적 발언 행위엔 강력하게 법정 제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 상임위 회의장 앞에서 후보자를 겁박한 전례가 있느냐. 민주주의 국가, 선진국으로 가는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냐"며 "이건 폭력이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최민희 위원장은 "국회에는 국회선진화법이 있다"며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되지 않도록 조심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최민희 "생각 좀 하고 말하라"..이상휘 "좀 실례 아니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최 위원장이 "상대방 질문 내용 등을 마타도어 운운하는 것은 양쪽 다 하지 마라. 창피하다"고 주의를 주자 야당은 반발했습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좀 들어라",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반응하자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생각하고 말하라는 건 좀 실례 아니냐"며 "청문회 본질을 바로잡는 건데 위원장이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독단적 발언을 하는가"라고 따졌습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왜 삿대질 하나", "어따대고 삿대질 하냐" 등 따졌습니다.

야당 의원이 웃자 이 의원은 "말하는 데 웃지마라. 습관이냐"고 말하며 소란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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