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행세하며 58억 편취.. 신탁 사기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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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7. 오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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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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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 커 ▶
무수한 대학생과 외국인 등을 울린 완주의 한 아파트 전세 사기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신탁회사 소유의 아파트 주인 행세를 하며 무려 58억 어치의 보증금을 받아왔던 건데요,

아파트 시공업자와 공인중개사 등 10명이 가담한 조직적 범행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 구제 방안은 여전히 막막해 보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완주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건 지난해 10월,

세 들어 살던 집을 비워달라는 은행의 퇴거 명령을 받고 뒤늦게 전세 사기를 알게 된 겁니다.

이른바 신탁 사기에 당한 겁니다.

하루아침에 120여 세대가 거리에 나앉을 처지가 되다 보니 입주민들의 호소는 계속됐습니다.

[피해 입주민 (지난해 12월)]
"서민들이 신탁 개념을 알겠습니까? 몰라요. 저도 이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예요."

9개월여의 수사 끝에 검찰은 아파트 시공사 대표와 임대법인 운영자 등 3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10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아파트 130세대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간 뒤 신탁회사 동의 없이 허위 임대차 계약을 맺은 혐의입니다.

쉽게 말해 소유권 없는 아파트의 집주인 행세를 해왔던 건데, 5년간 임차인 500여 명으로부터 받아낸 임차 보증금만 58억 원에 달합니다.

이중 현재 세입자들이 실제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보증금은 17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허현호 기자]
"공인중개사와 무허가 보증보험업자 3명도 함께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이들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안전하다'고 임차인들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공사와 각기 다른 임대 사업자 2명이 아파트를 매매하거나 양도하며 3차례에 걸쳐 전세 사기를 벌여왔던 겁니다.

매매 과정에서 담보 가치를 부풀린 이른바 '업(up) 계약서'로 83억 원의 부당 대출 행각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천안문 / 전주지방검찰청 검사]
"(피해자들은) 생소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담보가 없구나, 신탁회사가 관리하니까 안전한 부동산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돼서, 전문가가 얘기하니까 또 믿게 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부근 대학의 학생들이나 은퇴한 노인들로, 외국인 유학생이나 노동자도 상당수입니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각각 2천만 원에서 많게는 6천만 원.

조금이라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에 나섰지만 법인이 가로챈 돈을 다 써버린 터라 막막하기만 합니다.

[피해 입주민]
"제대로 못 먹어가면서 휴게소에서, 오징어를 구워서 팔지 않았나. 그렇게 모은 돈이에요. 너무 내가 지금 속상해가지고 아주 피를 토할 정도예요."

이처럼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신탁 사기,

구제 방안은 여전히 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공전 중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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